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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풀밭 위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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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4일(금) 17:22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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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 주간문경 | | 아흔넷의 어머니가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장례 삼 일 후에 삼우(三虞)미사를 바쳤다. 장례에는 어머니와 인연이 있었던 이들이 조문을 왔다. 아마, 어머니의 소천이 없었다면 언제 만날지 알 수가 없는 이들도 있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인연의 매듭을 또 하나 만들어 주고 떠났다.
옛사람들이 그렇듯이 어머니도 어린 나이에 일찍 시집을 왔다.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 동래정씨 집안에 시집온 어머니는 대가족의 일부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난 뒤에 교사로 발령받은 아버지를 따라 지금의 문경으로 옮겨왔다.
처음 있었던 곳은 벌재 너머 동로면 명전 마을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벌재에서 명전으로 오는 산길을 부모님과 함께 걷던 한 토막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부모님께 두 손을 맡기고 발을 공중에 띄운 채 덩실 걷던 그때가 지금도 아련하다. 그때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아이들과 손녀들에게 여태도 경험케 해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머니는 집 가까이 있는 성당을 다녔다. 아침에 일어나면, 당신의 방에서 들리는 묵주기도 소리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성당미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기도로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그래서였을까. 자연스럽게 세례를 받았고 결혼과 함께 안해도 신자가 되었다. 두 아이도 어렸을 때 세례를 받도록 했다.
미사 중에 신부님의 복음이 들려왔다. 마태오 복음 18장 1절에서 5절까지의 복음 말씀이었다.
“하늘나라에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셨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어머니는 겸손한 성품을 가졌었다. 스스로 남 앞에 드러내지 않고 함부로 당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았다. 어머니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고운 분’이라고 했다. 그런 성품은 천성에서 비롯되었겠지만, 늘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마무리하는 단순한 일상의 루틴이 힘이 되어주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왠일이야~ 한여름에 잠자리들이 묘 위를 떠나지 않네!.”
아버지의 곁에 어머니 묘를 만들어 드렸다. 그런데, 정말 한창 더운 날씨인데도 어디서 왔는지 잠자리들이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가족들은 그런 잠자리를 바라보면서 아마 비슷한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한평생 수고한 삶을 살아온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저 잠자리들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고 했을 것이다.
신자들이 파경(罷經) 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문득, 어머니가 평소에 좋아했던 성가가 떠올랐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이 몸 뉘시고 물가로 이끌어 쉬게 하시니~~”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성당에 나오지 못하여, 안해와 함께 미사를 보곤 했다. 간혹 이 성가를 부르면 불현듯 떠오르는 어머니 생각에 몇 번을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이제 어머니는 하느님이 계시는 푸른 풀밭에서 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복음 말씀처럼,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 되어 분명 평안할 것임을 믿는다. 어머니가 몸이 불편할 때에 나는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주님 품에서 평안하시기를…”
이제는 놓아드려야겠다. 그리고 다가오는 추석에는 웃으며 그동안 평강하셨는지 안부를 여쭤봐야겠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이제 평안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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