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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 하랴

2026년 06월 12일(금) 17:12 [주간문경]

 

 

↑↑ 정창식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주간문경

 

지난해 동천 이현재 선생에게 글씨 한 점을 부탁했었다. 선생은 대한민국 서예대전의 초대작가이며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서예가이다. 문경여자중학교 교장 재직 무렵 교명을 직접 썼다. 단아하면서 고운 한글체 글씨는 학생들과 학부모,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뿐이 아니다. 교문 입구의 교훈탑 뒷면에 쓴 ‘敎學相長’(교학상장)을 보게 되면, 마치 학생과 교사가 서로 손을 잡고 정겹게 걸어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선생의 글씨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평안케 해준다. 그래서 글씨 한 점을 곁에 두고 싶었다.

선생에게 받은 글씨는 ‘與誰同坐’(여수동좌)였다. 바람 부는 날, 대나무 잎이 달그림자를 스치고 비 온 뒤 흐릿한 산 그림자가 더욱 선명해지거나 구름을 벗어난 달이 주위를 밝히는 밤이면 문득 떠오르는 글귀가 저 여수동좌이다.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 하랴.”

우리는 함께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늘 홀로 있다.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듯 애써 주변에서 사람들을 찾으려고 한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서암스님은 봉암사 조실로 있었다. 스님이 봉화토굴에 있을 때였다. 어느 신도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스님, 좋은 법문 좀 해주십시오.”
그때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좋은 법문이 따로 있나? 소리 있는 소리만 들으려 하지 말고, 소리 없는 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가만히 있어봐라. 새들도 이야기하고, 바람도 이야기하고, 산도 꽃들도 이야기한다.”

물론, 우리가 짐작도 못할 선승(禪僧)의 세상과 한창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한 번쯤 새겨들을 말인 듯하다. 서암 스님의 저 법문은 어쩌면 우리가 함께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는 경구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람에게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새들과 바람 그리고 산과 꽃들도 우리와 함께 할 벗이 될 수 있다. 그 만남으로 우리의 내면은 평화로워지고 다듬어진다.

“내 방을 드나드는 것은 오로지 맑은 바람뿐이요. 나와 마주 앉아 대작하는 이는 밝은 달 뿐이다.”

법정스님의 수필집 ‘오두막집’에서 옛사람은 이렇듯 청풍과 명월로써 벗을 삼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에야 저와 같은 생각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소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소리 없는 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서암 스님의 법문처럼, 때로 자연과 가까이하는 시간은 소중할 수 있다. 그것은 스스로를 지키면서 내면을 맑게 하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은 유유상종, 살아있는 것들은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자리를 같이하는 그 상대가 그의 한 분신임을 강조했다.

여수동좌(與誰同坐),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할 것인가. 오월의 봄이 지나고 어느 덧 유월에 이르렀다. 한 해의 반이 지나고 있는 셈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녹음이 지천으로 무릇 자연은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창밖 대나무 잎이 달그림자를 스치고 구름을 벗어난 달이 어느 때보다 밝은 밤이다. 오늘 나와 함께 할 이는 저 대나무와 달인 듯하다. 그때다. 선 듯 바람이 창을 두드렸다. 그래 너도 친구하자.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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