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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도(櫻桃)

2026년 06월 05일(금) 17:36 [주간문경]

 

 

↑↑ 정창식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주간문경

 

아침 일찍 마당으로 나갔다. 텃밭에 심은 상추와 고추, 오이, 토마토에 물을 주었다. 그때였다. 대문 쪽 담장에 있는 앵두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며칠 전부터 앵두 열매가 붉어지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앵두나무에 붉은 앵두가 열리기를 기다린 것은 이미 꽃이 지면서부터였다. 가수 최헌은 자신의 히트곡이 된 노래 ‘앵두’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철없이 믿어버린 당신의 그 입술,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앵두는 한자어로 ‘앵도(櫻桃)’라고 적는다. 우리말에서 ‘ㅗ’가 ‘ㅜ’ 로 변형된 사례는 적지 않다. 그래서 앵도를 앵두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서 ‘앵(櫻)’은 앵두나무를 의미한다.

여기에 굳이 복숭아 ‘도(桃)’를 붙여 이름을 완성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복숭아가 지닌 특정한 이미지를 앵두에 혼용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복숭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지 궁금하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가사 중 일부다. 이렇듯 복숭아꽃은 정겹고 고운 꽃으로 우리에게 이미지화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복숭아꽃의 한자음인 도화(桃花)는 이러한 느낌과 사뭇 다르다.

도화살(桃花煞)과 도색(桃色) 등의 강한 도발적 이미지는 복숭아꽃 고유의 정감과는 정말 낯설다. 어찌보면, 이는 복숭아의 농염한 색과 특정 신체를 연상케 하는 모양 그리고 식감 등에서 비롯되는 특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대중가요 가사에 나오는 저 에피소드 한 편으로 앵두는 자신의 이미지가 사실 고착화 되었음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휴일, 안해와 함께 밭을 찾았다. 봄에 심었던 감자를 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감자는 잘 자라고 있었다. 어떤 감자는 흰 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때, 밭둑에 있는 뽕나무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검붉은 오디가 제법 달려 있었다.

흔히 “뽕 따러 가자”라는 말을 하는데, 뽕은 열매인 오디가 아닌 잎을 의미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누에의 주식인 뽕잎을 채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었다. 그래서 넓은 밭에 뽕나무를 심어 가꾸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먹거리가 부족한 때에 이 작은 오디 열매는 옛사람들에게 지나칠 수 없는 간식이었다.

안해와 함께 오디를 땄다. 몇 년 전부터 이렇게 딴 오디를 냉동고에 보관해서 간식으로 먹고 있다. 그러고 보면, 뽕나무도 자신만의 이야기와 이에 대한 특정 이미지가 있음이 분명하다.

“님도 보고 뽕도 따자.”

뽕잎이 무성해질 때쯤이면, 옛 청춘남녀들의 염문 소식이 마을에서 더러 들려오곤 했던 모양이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뽕나무에 대한 저 이미지는 오랜 세월 동안 적지 않은 경험치가 쌓여 만들어낸 사회문화적 결과물이다.

살펴보면 이처럼 앵두와 뽕나무에 관련된 에피소드와 상징은 봄꽃이 지고 열매가 익어가는 5, 6월에 집중적으로 형성되었을 듯하다.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을 봄꽃으로 흔들어 놓은 뒤의 느슨한 틈을 붉은 앵두와 오디와 함께 이 연정(戀情)이 파고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보리수 열매가 달렸어요.”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 밭을 나서는데, 밭둑에 심은 보리수나무를 유심히 보고 안해가 감탄하듯 하는 말이었다. 곧 작은 보리수 열매를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총총히 내려왔다.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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