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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고향

2021년 08월 20일(금) 17:19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태어나 자라고 살던 곳을 고향이라 하고, 고향을 떠나 살게 되는 다른 곳을 타향이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고향을 갖고 있지만 모두 다 타향을 갖지는 않는다.

‘고향’ 하면, 따뜻함, 애틋함, 망향, 향수, 그리움, 옛친구, 노스탈쟈(nostalgia), 어머님 같은 느낌과 감희를 느끼지만, ‘타향’이라 하면, 외로움, 쓸씀함, 무정함, 야박함, 속임수, 불안함, 잔인함 같은 감정과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을 가고 싶어 하며 고향에 살고 싶어한다.

정진섭 작사․작곡에 나훈아 노래의 ‘너와 나의 고향’은 이러한 심경을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미워도 한 세상 좋아도 한 세상 / 마음을 달래며 웃으며 살리라 /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온 사나이는 / 구름 머무는 고향 땅에서 너와 함께 살리라.”

고향에서 태어나 자라고 거기서 살다가 죽어 고향 땅에 묻히는 사람은 ‘고향시종형(故鄕始終型)’으로 타향을 경험해보지 못한 다행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는 태어난 곳에서 어느 정도 살다가 학교 진학이나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 위해, 또는 특히 여자에 있어 결혼을 하여 고향을 떠나 타향으로 나가게 된다.

이 경우, 후일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과 종신까지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앞의 유형을 ‘출향귀향형(出鄕歸鄕型)’이라 한다면, 뒤의 것은 ‘출향불귀형(出鄕不歸型)’이라 이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에게 있어 고향이 갖는 의미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으니, 출향인사(出鄕人士)와 실향민(失鄕民)이 그것이다. 비록 타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고향에 가고 싶으면 나의 여건이 허락하는 한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사람이 출향인사이고, 그렇지 않고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여건에 있는 사람이 실향민이다. 우리나라에 있어 출향인사가 대단히 많지만 북한에서 내려와 있는 실향민도 대단히 많다.

태어나 고향에서만 평생 사는 사람, 즉 고향시종형은 전통적이고 안정적이며 애향적인 성향을 띄고 있으나, 변화와 개혁에 약하고 따라서 진취적이거나 발전지향적이지 못하다는 결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타향으로 진출하여 활동하는 사람은 이와는 반대되는 장단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고향을 지키고 사는 사람보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 나가 활동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성공하는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특히 한국동란 이후 농촌지역을 위시한 대부분 지역에서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대도시로 이주해가는 사람이 매년 증가하여 ‘이촌향도(離村向都)’의 현상이 극심하였던 것이다. ‘돌쇠도 갑돌이도 호밋자루 내던지고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쌋다네.’

이리하여 1970년대부터는 지역간 과밀․과소와 지역불균형성장이란 국가적 과제가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새마을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농촌의 생활여건을 크게 개선하고, 경제적 요인을 분산시키며,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자치기반을 공고히 하였다.

세종시(世宗市)를 위시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건설을 통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전국적 분산을 도모하였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가난한 고향을 떠나 낯 설은 타향에서 망향가를 부르며 오로지 금의환향할 날만 고대하면서 숱한 고생을 다하는 삶은 살지 않아도 되게 만들려고 하였다.

여우도 죽을 때는 머리를 태어났던 곳을 향해 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정신을 갖고 있으니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이제는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리고 타향에 가더라도 성공하고 나이가 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나도 67년간의 긴 타향살이를 정리하고 태어나 18년간 살았던 나의 고향 문경으로 돌아가서 남은 여생을 마음 편히 지내야겠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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