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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꽃: 자미화(紫微花), 목백일홍

2019년 09월 10일(화) 15:55 [주간문경]

 

 

↑↑ 엄용대
엄용대 한의원 원장<054-553-3337

ⓒ (주)문경사랑

 

배롱나무 꽃은 활짝 피었을 때 채취하여 햇빛에 말려 약용하는데 지혈작용, 소염작용 및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지만 많이 쓰지는 않는 편입니다. 나무줄기는 매끈하고 껍질이 자주 벗겨지며 꽃은 7~9월에 피고 부귀영화를 상징합니다. 꽃은 대개 붉은색이지만 보라색, 흰색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습니다.

저희 한의원 앞에 작은 배롱나무 세 그루가 지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붉은 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활기를 선사 하였습니다. 근래 들어 배롱나무를 가로수나 정원수로 많이 심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서원이나 고택, 정자, 선비들 무덤, 오래된 산사(山寺)에 가야 붉은 꽃으로 뒤덮인 배롱나무의 풍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곳에 가면 오래전에 심은 배롱나무들이 여름철 내내 풍성하게 피워내는 붉은 꽃의 강렬한 아름다움과 멋진 자태로 보는 이를 혹하게 합니다.

배롱나무는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하여 백일홍(百日紅)이라 불렀는데 ‘백일홍’이 ‘배길홍’으로 바뀌고, 이것은 다시 ‘배기롱’을 거쳐 ‘배롱’으로 변해 배롱나무라는 이름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한해살이 백일홍과 구별해 ‘목백일홍(木百日紅)’으로도 부릅니다. 중국에서는 간지럼 타는 나무라는 뜻으로 파양수라 하고, 일본에서는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조차도 미끄러지는 나무라는 뜻으로 ‘사루스베리’라고 합니다.

중국의 당나라 현종은 배롱나무를 양귀비(楊貴妃)보다 더 사랑했다고 하고,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하자 절명시(絶命詩) 4편을 남기고 음독 순국한 매천 황현은 ‘아침이고 저녁이고/ 천 번을 보고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고 읊으며 이 꽃을 특히 사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유명 사찰에 배롱나무가 많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강진의 백련사에는 수령이 족히 300년을 됨직한 드물게 크고 멋진 수형을 자랑하는 배롱나무가 누각인 만경루 앞에 있습니다. 커다란 붉은 양산을 펼친 듯 아름답습니다.

주변을 감상하고 나무 아래 앉아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만경루 위에서 강진 앞바다를 배경으로 배롱나무를 보는 풍광은 더욱 멋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련사에는 대웅보전 옆과 명부전 앞에 각각 한 그루씩 두 그루가 더 있습니다.

또 밀양의 표충사에도 100년, 200년 정도 되어 보이는 배롱나무가 10여 그루 가 한여름 별천지를 만듭니다. 조계산의 선암사와 송광사, 구례 화엄사, 양산 통도사, 계룡산 신원사, 우리지역에서 가까운 김천 직지사 등등 수령이 아주 오래된 배롱나무 고목이 있고 영동 반야사에는 500년 넘었다는 배롱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찰에 심은 뜻은 출가한 수행자들이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세속적 욕망과 번뇌를 벗어 버리고 수행에 전념하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수행자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경계의 방편으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또한, 부처님께 꽃 공양을 드린다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산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아름다움과 가르침을 주는 존재가 되고 있으며 산사 곳곳의 배롱나무들은 100년 후, 500년 후가 되면 그 사찰의 어떤 스님보다 더 큰 ‘법력’을 보이며 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기쁨과 복을 선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해 보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드는 요즘, 이른 아침 집 앞 작은 배롱나무 꽃이 떨어져 쌓인 꽃잎을 쓸어내며 지나간 여름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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