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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지고(伯樂之顧)

2019년 07월 22일(월) 09:48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하늘의 별 가운데 말[馬]을 다스리고 있는 별의 이름이 백낙(伯樂)이다. 그래서 말의 좋고 나쁨을 잘 아는 사람, 즉 말을 잘 감정하는 사람을 백낙이라 부르게 되었다.

중국 춘추시대 진(秦)나라의 목공(穆公, 재위 660~621 B.C.)때에 손양(孫陽)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말감정의 대가여서 백낙이란 칭호를 얻게 되었다.

어느 날 백낙이 길을 가다가 소금수레를 끌고 가는 말을 보고 깜짝 놀라 “이렇게 훌륭한 천리마(千里馬)가 수레를 끌고 가다니” 하며 말과 함께 슬피 울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소금수레의 한탄’이란 뜻의 사자성어인 ‘염거지감(鹽車之憾)’이 생겨났다.

이 이야기는 한(漢)나라 때 유향(劉向, 77 B.C.~6 A.D.)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 나온다.

그리고 당(唐)나라 덕종(德宗) 때 문학자이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 768~824)가 지은 ≪잡설(雜說)≫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들어있다.

‘세상에 백낙이 있은 뒤에라야 천리마가 있는 법이다[世有伯樂然後 有千里馬].’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낙은 항상 있지 못하다[千里馬常有而 伯樂不常有].’

백낙이 살아 있던 당시에 말을 사고파는 말시장에서 백낙이 한 번 돌아만 보아도 그 말의 값은 몇 배로 뛰어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백낙이 한 번 돌아본다는 의미의 ‘백낙지고(伯樂之顧)’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던 것이다.

즉, 백낙지고는 자기의 재능을 남이 알아주어 잘 대우함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하루에 천리를 가는 준마(俊馬)도 알아주지 않아 짐수레를 끄는 보통말로 끝난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가끔은 백낙을 만나 천리마로써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한 사례도 있었다. 백낙을 만난 천리마의 이야기를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몇 가지만 소개하려 한다.

먼저 중국에 있어, 기원전 12세기경의 강태공(姜太公)은 80세에 이르기까지 곧은 낚시나 놓으며 빈곤하게 살았으나 주(周)나라 문왕(文王)에 발탁되어 재상이 되고 제(齊)나라 시조왕이 되었다.

초한(楚漢)시대 때, 한신(韓信)은 장양(張良, ?~168 B.C.)과 소하(蕭何), ?~193 B.C.)만이 알아보아 한(漢)나라 통일의 일등고신이 되었으나, 범증(范增) 같은 뛰어난 모사도 초의 항우(項羽)밑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삼국시대의 제갈량(諸葛亮, 181~234)은 유비(劉備)의 삼고초려(三顧草藘)로 발탁되어 서촉(西蜀)을 건국하고 삼국지(三國志)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 있어 고구려(高句麗)의 평원왕(平原王, 재위 559~590) 시절 바보 온달(溫達, ?~590)은 평강공주(平岡公主)가 그의 잠재력을 알아주고 제대를 개발하여 주었기에 대장군이 되었던 것이다.

신라시대 김유신(金庾信, 595~673)과 김춘추(金春秋, 604~661)는 서로가 상대방을 알아주었기에 의기투합하여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조선조(朝鮮朝)에 와서 무관인 이순신(李舜臣, 1545~1599)은 문신인 유성룡(柳成龍, 1542~1607)의 인정을 받고 비호를 받았기에 임진왜란(壬辰倭亂)을 승리로 이끈 전기를 마련한 해전(海戰)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나간 역사에서는 물론이고 현재에 있어서도 천리마 같은 현자나 영웅은 많았지만 그를 알아주어 제대를 활용한 백낙은 흔치 않아, 그대로 이름 없이 사라진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뛰어난 현자나 영웅 보다는 이들을 제대로 알아보고 올바로 기용할 줄 아는 백낙이 더 많이 출현하였으면 한다.

내가 천리마가 되는 것은 내 스스로의 연마와 노력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지만 백낙을 만나 천리를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천운(天運)이다.

여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하지만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로마 격언이 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바로 백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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