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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학(向學)의 회양목

2018년 11월 09일(금) 17:38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회양목(-楊木)은 활엽(闊葉) 교목(喬木)의 상록수이다. 봄에는 엷은 황색의 꽃이 피고 향기가 짙으나 크게 자라지 않아 1m를 넘기기가 어렵다. 줄기는 단단하여 도장이나 지팡이로 쓰이고 가지와 잎은 약재로도 이용되며, 일명 도장나무라고도 불리운다.

식물 가운데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는 소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향나무, 측백나무, 탱자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회양나무로는 매우 희귀하여 경기도 화성시(華城市)의 용주사(龍珠寺)에 있는 희양나무 등 몇 개 밖에 없다.

문경시 점촌(店村) 흥덕(興德)에 1948년 10월 13일에 처음 개교를 한 문경중학교(聞慶中學校)가 있다. 이 학교의 본교사 현관 바로 앞 마당에 회양목 하나가 서 있다. 높이가 2m정도이고 세 줄기 위에 핀 가지와 잎의 둘레는 6~7m에 이르며, 수령은 400여년이라고 한다.

누구나 이렇게 큰 회양목은 처음 본다며 놀라고, 학교는 아주 귀한 나무로 정성들여 돌보고 있다. 가히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희귀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귀한 회양목은 원래 흥덕 4리 깃골 394번지의 김상대(金商大)씨 자택 마당에 있었던 것이었다. 당시 이미 300여년의 수령을 가지고 봄마다 노랑꽃이 피어 벌과 나비가 찾아오고 향기가 사방에 진동하여 모든 사람의 칭송을 받은 집안의 귀한 보물이었다.

1951년 6월에 중학교 진학을 위한 국가고시가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전국 일제히 실시되었다. 여기서 호서남초등학교(戶西南初等學校) 6학년이던 김상대씨의 장남이 450점 만점에서 425점을 얻어 문경군의 수석을 차지했다.

집 가까이 있는 문경중학교에 원서를 내어 당연히 수석으로 합격하였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입학금을 낼 수 없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이 학생은 부모님의 권유로 해산물을 파는 친척 상점에서 장사를 배우고 있던 중이었다.

중학교에 가서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고 입학할 수 없다는 통고를 하였다. 며칠 후 당시의 정용화(鄭龍和) 교감선생님이 서무과장과 같이 그 학생 집을 찾아와 부모에게 입학금을 면제해줄 터이니 학교에 보내라는 말씀을 하시니, 부모들은 황송해서 엉겁결에 승낙하고 말았다.

집을 나서던 교감선생님이 마당에 있는 커다란 회양목을 보고 참으로 진귀한 나무라고 하면서 아드님의 수석합격을 기념하는 뜻으로 그 나무를 학교에 기증할 수 없느냐고 하시니 부모들은 그저 고맙기만 하여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다. 그리하여 많은 인부들이 와서 그 나무를 캐어 학교 교정으로 옮겼으니, 그날이 1951년 10월 5일 금요일이었다.

나무 아래에 이런 사실을 새긴 기념석이 세워져 있다. 당시에는 아까웠겠지만 후일 그 학생의 집이 철도 부설로 흘리게 되었으니, 학교로 이식한 것이 매우 다행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7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학생이 이 학교를 거쳐 갔으며, 이들 모두가 3년간 이 나무와 기념석의 글을 보면서 아마 나도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지 않았을까 한다.

따라서 이 나무를 ‘향학의 회양목’이라 부르고 교훈을 주는 나무라는 뜻으로 ‘훈목(訓木)’이라 이름 지어도 좋을 듯 하다. 그리하여 문경중학교는 훌륭한 많은 인재를 배출한 경북의 명문중학교로 발전하였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수재가 이 학당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인격을 연마하고 있다.

부디 오래도록 건강한 자태를 유지하면서 배우는 후학들에게 좋은 교훈과 깨달음을 전해주는 문경중학교의 수호신이 되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문경중학교에 회양목의 전설을 남긴 주인공은 훗날 서울대학교의 교수와 대학원장을 역임하면서 학계와 정부 및 사회에 많은 업적을 남겼으니, 그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자신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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