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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백로

2016년 03월 29일(화) 17:45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까마귀와 백로(白鷺)는 서로 상반되는 현상을 대비할 때 자주 인용되는 조류이다. 까마귀는 짧은 다리에 검은색 몸을 가지고 주로 숲에서 벌레나 곤충을 잡아먹고 살며, 우리나라에서는 흉조(凶鳥)로 여기지만 일본에서는 길조(吉鳥)로 대우 받는다.

새끼가 커서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성스러움이 있다 하여 반포조(反哺鳥), 또는 효조(孝鳥)라 하고, 한자로는 자오(慈烏), 자조(慈鳥), 한아(寒鴉) 등으로 쓰이며, 비슷하게 생긴 까치와 합쳐 까막까치, 또는 오작(烏鵲)이라 부른다.

한편 백로는 가늘고 긴 다리에 흰색갈의 털로 덮여 있으며, 강가에서 물고기․개구리 등을 잡아먹고 산다. 우리말로 해오라기라 하고 한자로는 노사(鷺鷥), 사금(絲禽), 설객(雪客), 백조(白鳥) 등으로 표현한다.

몸의 색깔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이 두 새들은 상대방을 좋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백로는 까마귀를 흉측하고 불길하며 저승사자와 같다고 두려워하는 반면에, 까마귀는 백로를 보고 겉은 희나 속은 검은 이중인격자로서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위험한 종족이라고 백안시하고 있다.

이 두 새가 실제로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상대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함께 서식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사람들이 그렇게 비교하고 평가할 뿐이지, 정작 그 두 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지 않나 한다. 인간들은 일찍부터 자연물이나 자연현상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인간생활과 인간 사회에 인용해 쓰는 의인화(擬人化)에 능숙했던 것이다.

서로 상반된 두 개의 시조를 소개하고자 한다.

1392년 7월 17일을 기하여 한국의 역사가 바뀌었으니,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개국하였다. 이런 경우 항상 나타나는 것이 앞의 나라에 남은 충성파와 새 나라에 붙은 개혁파이다.

포은(圃隱)정몽주(鄭夢周)는 고려말 삼은(三隱)의 한 사람으로 충성파의 거두였는데,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위험성을 느끼고 이성계(李成桂) 일파를 조심하라는 뜻의 시조를 지어 아들에게 주었다. 조선 건국 이전에 지은 이 시조는《가곡원류(歌曲源流)》에 수록되어 있다.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말아/성난 까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창랑(滄浪)에 좋이 씻은 몸을 더러일까 하노라.”

정몽주를 위시한 충성파는 백로이고 이성계와 뜻을 같이 하는 개혁파는 까마귀라고 비유하고 있다. 1392년 4월에 백로인 정몽주는 까마귀인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李芳遠)에게 피살되었고, 몇 달 후에는 까마귀떼의 세상이 되고 말았다.

고려 말에 호를 형재(亨齊)라 하는 이직(李稷,1362~1431)이란 사람이 있었다. 공민왕(恭愍王)때부터 학자로 있다가 개혁파에 가담하여 조선조의 개국공신이 되었으며, 태종(太宗)때에는 영의정의 벼슬까지 지낸 분이다.

개혁파들을 까마귀라 하여 비웃는 충성파인 백로를 향해 속과 겉이 다른 이중인격 언행을 공격한 시조 한 수를 남겼다.

“가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앞의 정몽주 모당(母堂)의 시조와는 정반대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변절에 대한 자기 변명과 까마귀가 된 자위적 주관을 피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453년의 계유정란(癸酉靖亂)에 의한 수양대군(首陽大君)의 집권과 1456년의 등극에 따라 갈라진 충신파와 개혁파, 1910년의 한일합병부터 해방까지 대립한 독립파와 친일파, 그리고 해방 이후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여온 좌파와 우파 등의 긴 역사 속에서 우리는 까마귀와 백로간의 피어린 투쟁을 보아왔다.

이제는 하루 속히 남북통일을 이룩하여 까마귀나 백로의 어느 하나로 귀결된 민족과 이념과 체제를 갖춘 완결된 국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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