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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째 연 백산전국여성백일장 마지막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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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6월 18일(토) 12:41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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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서 30여 년 동안 여성들의 문단 등용문으로 명성을 쌓았던 ‘백산전국여성백일장’이 6월 6일 제3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백일장은 1985년 김시종 시인과 지금은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 105호인 김정옥 도예가가 같은 경주 김씨라는 인연으로 만나 시작됐다.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등단한 김시종 시인이 우리나라 문학의 정수(精髓)를 기르겠다는 의욕에 김정옥 도예가가 선뜻 찻사발 6점씩을 매년 상품으로 제공하겠다고 해서 이루어진 일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 흔한 보조금을 받아 행사를 빛나게 만들어 보라는 말도 많았지만, 김시종 시인이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겠다는 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 이날까지 외부의 보조 없이 내용으로만 백일장을 채워왔다.
이에 따라 수많은 여성들이 이 백일장을 통해 우리나라 문단에 등단했으며, 김시종 시인의 명성도 이를 통해 더욱 굳건해졌으며, 김정옥 도예가는 명장에 이어 문화재로 등극하는 영광을 안았다.
모두가 윈윈한 사례다. 그 밑바탕에는 김 시인이나 백산 선생이 이 일을 자랑하고, 일을 벌였다고 대가를 바라지 않았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김시종 시인은 “내가 일을 벌였으니, 내가 마무리하는 것도 이 나이에는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동안 매년 6월 6일 현충일에 경건한 마음으로 영신숲에 나와 원고지를 쓰나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한 편의 영화처럼 지나간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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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문경사랑 | | 이날 32회 백일장에는 전국에서 30여명이 출전해 문경의 황인필(64) 씨가 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온 노은희(48) 씨가 수필 부문 최우수상을 받아 백산 김정옥 선생이 빚은 찻사발을 거머쥐었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이다.
◆시 부문
△최우수 황인필 △우수 김미려, 한보미 △준우수 채현단, 김나나, 최경자 △가작 석민지, 김은주, 윤경숙, 박화자
◆수필 부문
△최우수 노은희 △우수 김태옥, 허만분 △준우수 서순이, 송영희 △가작 고인선, 우담바라
<산문 최우수>
제 목 일 터 / 노은희(남양주시 진건읍)
오늘도 남편은 힘든 직장으로 향한다. 남편은 ‘유품관리사’일을 하고 있다. 혼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이삿짐을 정리 해 주는 일을 한다. 요즘은 점점 고독사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남편은 옅은 한숨을 쉬었다. 남편도 한 때는 전망이 밝은 중소기업에서 성실하게 일을 했었다. 하지만 권고사직 이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커가는 아들을 보며 계속 실업자 생활을 할 수도 없었다. 매일 같이 죽음을 접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남편은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큰 아들과 단둘이 살던 늙은 노모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막일을 하던 큰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치매 노모는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너무도 평온한 얼굴로 생을 마감했다며 가슴이 먹먹하더라고 말하는 남편, 남편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우리 집에도 뇌수막염을 앓고 계신 아버지가 계시다. 아마도 남일 같지 않았으리라. 시체 벌레가 들끓고 구더기가 나오는 시신을 수습하면서 정성을 기울였을 착한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잠깐 하는 일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쪼들린 형편이 차츰 나아진 지금도 남편은 하늘나라 이삿짐을 싼다. 늘 죽음을 가까이 하는 삶을 살면서 하루하루가 경건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단 한 시간도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남편의 담담한 고백에는 진정성이 담뿍 녹아 있었다. 뇌수막염은 가까운 기억은 멀어지게 하고 먼 기억은 가까워지게 만든다. 지겹도록 했던 말을 반복하고 먼 과거의 일을 바로 하루 전의 일처럼 말씀하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도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마지못해 대답했던 남편이 아버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리고 대화를 하면서도 눈을 맞춘다.
처음 녹록치 않은 일터에 출근하며 신세를 한탄하던 남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외롭게 이승과 작별한 사람들을 배웅하며 오늘도 남편은 자신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한다. 망자가 남긴 소중한 무공훈장을 귀중하게 포장해 주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그가 홀로 떠난 현실에 대해 오래토록 마음 아파하는 남편, 유품관리사로 일하면서 남편은 금강경의 ‘산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오롯이 이해했다고 했다. 우리 모두가 죽음이라는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거라며 자식답게, 아비답게, 남편답게 진심을 다해 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역했던 시체가 부패하는 냄새도 이젠 견딜만하다며 부디 고인이 다음 생에는 고독하게 죽음을 맞지 않길 빌어준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남편의 일터가 마땅치 않다. 벌이가 좀 못하더라고 이직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여전하다. 아직 사람이 여물지 못한 탓에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을 갖길 원한다. 하지만 헛헛한 생의 일터에서 남편은 새삼 멋진 남자로 변해가고 있다. 남편이 말했다.
아무리 형편없이 엉망이 된 시신이라도 부모는 자식의 얼굴을 확인한다며, 허나 자식은 부모의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지독한 냄새에 코를 움켜쥐고 돌아서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일터에서 그런 모습들을 접한 남편은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 살펴드리라고 한다. 밥이라도 한 끼 더 같이 먹고, 기저귀도 한 번 더 갈아드리고, 목욕도 한 번 더 시켜드리고, 산책도 한 번 더 하기 위해 애쓴다.
아버지의 남은 여생은 분명 따사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나 또한 만만치 않은 일터에서 고생하는 남편에게 착한 아내가 되려고 노력한다. 남편의 동료들은 ‘유품관리사’로 부르기보다 ‘하늘나라 이삿짐을 싸는 사람들’로 불리길 원한다고 한다. 오늘은 그네들을 위해 맛있는 유부초밥 좀 만들어 일터로 보내줘야겠다.
사랑하는 남편이 가족을 위해 일터에서의 고된 삶을 포기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다. 생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남편의 지친 어깨를 환하게 웃으며 마중하는 아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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