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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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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23일(수) 09:08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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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문경문화원 부원장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 주간문경 | |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시인 김수영은 그의 시「풀」에서 풀의 속성을 이렇게 노래했다. 처음 시를 접했을 때 풀과 바람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통찰(洞察)에 감탄했다. 그 후에 풀과 바람이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은유와 상징의 표현임을 알고 고뇌하고 흔들렸을 시인의 청초(淸楚)한 감성이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살펴보면 풀은 바람보다 먼저 눕고 먼저 일어서는 예민하면서 연약한 존재다. 그러나 강인하다. 다시 말하면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잡초(雜草)라고 부를 때 그 의미가 더 다가온다.
요즘 저 잡초와 한창 싸우는 중이다. 산양큰마을의 마내(兄川)에 작은 밭이 있는데, 지난해부터 직접 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이 풀이다. 한 해 동안 밭을 묵혔었는데 가을쯤에 둘러보고는 기겁을 했다. 사람 키를 넘는 풀들이 온 밭을 점령하고 있었다. 주위에서 들깨 농사를 권했다.
그래서 지난해에 들깨를 심었다. 안해와 함께 처음 농사 흉내를 냈는데, 다행히 어느 정도 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올해에는 들깨 모종을 더 사서 면적을 늘였다. 그러나, 여전히 풀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만은 분명하다.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이는 한여름 농부들이 밭에서 얼마나 수고하고 있는 지를 말해주는 비유이기도 하다.
문득, 풀을 뽑다가 밭둑에 무성한 개망초 꽃들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개망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잡초라고 부르는 풀 중에 민들레, 애기똥풀, 개불알풀, 쇠비름풀 등 여름꽃들이 곳곳에 있다.
살펴보면, 이른 봄부터 남녘의 동백에서 시작한 꽃들은 생강나무와 산수유, 매화꽃을 차례 삼아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과 벚꽃으로 절정을 이룬다. 그 뒤에 사과꽃과 복숭아꽃 살구꽃, 자두꽃 배꽃 등 과실수들이 다투듯 꽃을 피어낸다.
이렇듯 꽃차례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에도 그 꽃차례를 이어받는다. 능소화와 자귀꽃이 피는가 싶더니 이제는 수국(水菊)이 한창이다. 그리고 대표적 여름꽃인 원추리와 참나리가 정원 한가득 피고 있다. 우단동자꽃과 사랑초도 열병(閱兵)하듯 담장 아래 서 있다.
“뭔 꽃이 저렇게 난리도 아니게 지랄같이 피어댄데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데 우쩌란 말이여.”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작가의 수필에서 꽃을 보고 탄식하는 어느 농부의 말이다. 문득, 그 글에서 오래전에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이할거나.”
신라시대 당나라로 건너간 설요(薛瑤)라는 비구니 스님이 부른 반속요(返俗謠), 즉 세상으로 돌아가는 노래이다. 그녀는 이 노래를 부른 뒤 환속했다.
그러나, 여름꽃이 아름답다지만 봄꽃이 주는 저 설렘은 결코 가질 수 없다. 다만, 저 무성한 풀 너머에 피어있는 여름 풀꽃들에서 봄꽃의 설렘이 아닌 육체의 고단함을 위로받았으면 할 뿐이다.
송나리 시인 육방옹은 어느 날 한적을 일삼으며 산천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꽃들이 피는 마을을 발견했다. 그가 지은 ‘산서마을에서 노닐며(遊山西村)’을 읽으며 잠시라도 이 여름을 잊으면 좋겠다.
“산은 첩첩, 물은 겹겹이라 길이 없는 듯했는데
버들잎 짙고, 꽃들이 밝게 피어난 곳에 또 한 마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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