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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2021년 09월 10일(금) 16:47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상주 북천(北川)에 비가 내렸다. 점심시간에 천변(川邊)을 따라 내려갔다. 강을 바라보았다. 강에 가로 놓인 돌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돌다리는 야외음악공연장이 있는 이곳에서 저쪽 제방까지 건널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자연석이다. 그런데, 한껏 물이 불어 건널 수 없게 되었다. 며칠째 계속 이렇다.

건너편 제방의 벚나무들을 보았다. 초록의 나뭇잎들이 어둑해 보였다. 평소에 이때쯤이면 저 길을 자주 걷곤 하였다. 무더운 한여름의 산책으로는 더 없이 좋은 길이다. 시내와 가깝고 특히 주변에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적지 않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봄에는 벚꽃 터널 속 같고, 여름에는 쾌적하고 선선한 숲이 되어준다.

비가 그친 듯 했다. 우산을 접었다. 문득, 저렇게 불어난 큰물도 작은 빗물에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한때는 소소한 것들을 하찮게 여겼었다. 시(詩)라고 하면 윤동주나 박목월의 작품정도여야 하고, 소설은 “칼의 노래”를 쓴 소설가 김훈 쯤 되어야 읽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수필은 어떤가. 수필가 금아 피천득 선생을 최고로 생각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수필이라고 꼽는 ‘인연’은 어린 시절 순수의 표징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이름 없고 모르는 이들의 글에는 당연히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순(耳順)이 눈앞에 있는 지금 저 작은 빗물처럼 나도 이름없는 이에 지나지 않음을 자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폄하하거나 탓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윤동주나 박목월 그리고 김훈과 같이 큰물에 비유되는 작가들도 훌륭한 작품들을 갑자기 지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습작과 치기와 과욕이 만들어낸 거듭된 실패의 과정들이 분명히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작은 빗물과 이름없는 개울에 머물렀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작은 빗물과 개울을 하찮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큰물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며 모든 물은 바다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실개천이나 개울에 머물고 있는 지금,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헤아리는 일은 자못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상주의 벚꽃과 북천을 지금처럼 한가롭게 마주할 날은 사실 많지 않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한곳에 머무를 수 있는 날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 농협하나로마트 앞에 위치한 ‘나눔작은도서관’을 방문하였었다.

그때, 누구나 쉽게 책을 열람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의 취지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화두처럼 떠나지 않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퇴직 후의 내 모습이었다. 우리와 같은 직종에 종사한 사람들의 정해진 길이 있다지만 정말 그것만이 전부인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언제가 부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안을 깨우는 울림이고 앞으로의 길을 확인받으려는 간절함이었다.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을까. 얼마 전, 그 길을 가는데 필요한 자리를 소개받았다. 꿈은 여러 가지이지만 ‘작은도서관’은 그 중의 하나다. 일정한 면적에 일정한 수량의 책만 있으면 신고만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주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천 권 이상의 책이 구비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미 몇몇 분들이 화답해 주셨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한 권의 헌책이라도 중요하다. 작은 빗물과 개울이 큰물이 될 수 있음을 아직도 믿고 있다.

다시 북천에 비가 내렸다. 곧 더 큰물이 불어나겠다. 서둘러 청(廳)으로 걸어갔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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