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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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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6월 30일(화) 16:10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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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면서 살고, 말은 입으로 하며, 그래서 입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 몸의 오관(五官)과 모든 부위들은 각각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이 기능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건강한 신체라고 할 수 있다.
입은 숨을 쉬고 음식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보전하고 말을 함으로써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키스를 하고 물어뜯기도 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입의 기능 가운데도 가장 중요한 것은 숨 쉬고 먹는 것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禍自口出]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病自口入]’고 한다. 화를 부르는 것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고 병을 가져오는 것은 입으로 들어가는 호흡과 음식이라는 뜻이다.
≪태평어람(太平御覽)≫이란 고전의 인사편(人事篇)에 ‘병은 입을 좇아 들어가고[病從口入] 화는 입을 좇아 나온다[禍從口出]’는 구절이 있고, 불교의 ≪석씨요람(釋氏要覽)≫이란 책에는 ‘모든 중생은 화가 입을 좇아 생긴다[一切衆生 禍從口生]’는 글귀가 있다. 모두 음식으로 인해 병이 생기고 말로 인하여 화를 입는다는 경고의 글들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시를 모두 모아 놓은 ≪전당시(全唐詩)≫에 풍도(馮道, 882~944)라는 사람의 다음과 같은 ‘설시(舌詩)’가 실려있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 입은 바로 화를 부르는 문이오 혀는 실로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 편히 가는 곳마다 튼튼하리라는 뜻이다. 풍도는 이시의 경고처럼 처신하여 당 나라에서 태어나 살다가 당이 망한 뒤에도 진(晉)∙글안(契丹)∙후한(後漢)∙후주(後周) 등 여러 왕조에서 벼슬을 하다가 73세의 향수를 누렸던 것이다.
조선 중엽의 김수장(金壽長, 1690~?)은 자가 자평(子平)이고 호가 노가재(老歌齋)로서 숙종(肅宗) 때 병조서리(兵曺胥吏)의 벼슬을 지냈으며, 모두 121수의 시조를 지었고, ≪해동가요(海東歌謠)≫라는 책을 편찬하였다. 다음은 그가 지은 시조 중의 하나이다.
‘검으면 희다 하고 희면 검다 하네/ 검거나 희거나 옳다 할 이 전혀 없다/ 차라리 귀 막고 눈 감아 듣고 보도 말리라.’
당쟁(黨爭)이 심했던 당시에는 말 한마디나 글 한 줄로 목숨이 왔다 갔다 했던 것이다.
이 보다 훨씬 이전인 세조(世祖)․예종(睿宗)시대에 남이(南怡, 1441~1468)라는 유능한 장군도 한마디 말과 한 줄의 글로 인해 정적들의 모함을 받고 28세의 아까운 나이에 처형당하고 말았다.
하늘에서 혜성(彗星)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묵은 것이 가고 새 것이 올 징조라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이란 말을 하였다는 것과, 남자 스무살에 나라를 평안하게 하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겠는가 하는 의미의 ‘남아이십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 후세수칭대장부(後世誰稱大丈夫)’라는 그의 시에서 ‘미평국(未平國)’을 ‘미득국(未得國)’이라 고쳐 모반의 의도가 있다고 상신한 유자광(柳子光) 일파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치졸하고 악랄한 소인배적인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시조에도 ‘말로서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하는 구절이 있고 서양 격언에는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en)’라는 말이 있다. 말을 안 하면 본전은 되지만 말을 하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말을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말을 하되 꼭 필요한 말을 정직하고 진솔하게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정치가와 공직자, 그리고 학자와 언론인들은 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말과 글에 각별히 조심해야만 한다. ‘남자일언 중천금(男子一言重千金)이라 하였으니, 남녀 모두 한마디 말도 천금같이 귀하게 입 밖으로 발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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