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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의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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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28일(금) 17:55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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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앞에 가는 사람은 뒤에 오는 사람의 거울이오 귀감이다. 특히 한 집안의 선∙후대 사이에는 더욱 그러하다. 선대가 어리석으면 후대가 고생하고 선조가 게으르면 후손이 가난해지며, 조상이 불의(不義)를 범하면 그 자손은 치욕(恥辱)을 당한다.
조선 후기의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은 할아버지의 불충(不忠)을 알고 나서 벼슬을 버리고 평생 삿갓을 쓴 채 부끄러워 하늘을 보지 않은 김삿갓이 되었다.
조선시대 초기 수양대군(首陽大君)이 조카 단종(端宗)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할 때, 이에 반대하여 단종을 옹위한 파와 찬탈에 동조하여 함께 거사한 파로 갈리었다.
단종을 위해 죽음과 고난의 길을 간 사람들은 영천황보씨(永川皇甫氏) 후손인 황보인(皇甫仁, ?~1453)과 순천김씨(順天金氏) 자손인 김종서(金宗瑞, 1405~1453), 그리고 사육신(死六臣)과 생육신(生六臣) 등이며, 거사에 동조하여 영광을 누린 사람들은 청주한씨(淸州韓氏)인 한명회(韓明澮, 1415~1487)와 고령신씨(高靈申氏)인 신숙주(申叔舟, 1414~1475) 등 다수였다.
구한말에 와서 일본제국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하여 강제적으로 다섯 가지 조약을 체결하였는데, 이것이 을사조약(乙巳條約)이었다. 1905년에 맺은 이 조약에 대한제국을 대표하여 서명을 한 다섯 대신이 있었으니 이들이 바로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다섯 명의 매국노(賣國奴)로서 오적(五賊)이라 부른다.
외부대신(外部大臣) 박제순(朴齊純), 내부대신(內部大臣) 이지용(李址鎔), 군부대신(軍部大臣) 이근택(李根澤), 학부대신(學部大臣) 이완용(李完用), 농상공부대신(農商工部大臣) 권중현(權重顯)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가 식민지가 된 일제치하에서 높은 작위를 받고 호화롭게 살다가 편안히 잘 죽었다. 그리고 그 후손들도 대우를 잘 받으면서 편안하게 잘 살았다.
일제 36년간 수많은 친일파(親日派)가 생겼다. 출세하기 위해서, 몸의 보신을 위해서, 자신과 가족이 잘 살기 위해서, 협박과 공갈에 넘어가서, 조선 보다는 일본이 더 좋아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친일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해방 후에 출간된 ≪친일사전(親日事典)≫에 영광(?)스럽게도 그 이름이 등재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남북분단과 6∙25 동란이란 격변을 통해 공산주의자와 좌익계(左翼系)가 많이 났으며, 이는 아직도 우리 남한 사회에 적잖이 암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반국가적 분자들과 함께 우리를 경악케 하는 유명 인사들의 처신을 비일비재하게 보고 있다. 부정과 비리, 금품 수수, 군복무 기피, 논문 표절, 위증과 위조, 여성 편력, 품위 손상 등의 죄명으로 언론의 지탄을 받거나 법적 제재를 겪는 사회지도층 인사는 예나 지금이나 허다히 출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반국가적이고 반사회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후손들은 그 조상들에 대해 어떤 감회를 갖고 있을까?
혹자들은 그 조상들을 비호하기도 하고 불가피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참으로 양심 있는 후손이라면 진실로 부끄러워하고 더욱 근신해야만 할 것이다.
선대의 죄업(罪業)에 대한 업보(業報)를 져야만 마땅하다. 후손들에게 이러한 부끄러움과 좋지 못한 업보를 상속으로 넘겨주지 않으려면 살아생전 떳떳하고 정당한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선함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로움이 오고[積善之家 必有餘慶 적선지가 필유여경], 악함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온다[積惡之家 必有餘殃]’라는 글귀는 우리에게 주는 성현의 경고이다.
후손들에게 높은 권세와 많은 재산을 물려주기 보다는 만인이 칭송하는 업적과 모두가 존경하는 명성을 물려줌으로써 후손들로 하여금 높은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만드는 선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는 짧고 명예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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