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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의 통한

2018년 04월 28일(토) 10:08 [(주)문경사랑]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지금까지 내가 읽은 소설 가운데 가장 감명 깊었고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것은, 외국 소설로는 ≪몽테 크리스토 백작(Le Comte de Monte Cristo)≫였고 한국 소설로는 ≪임꺽정(林巨正)≫이다.

앞의 것은 프랑스 작가 뒤마(Alexandre Dumas, 1802~1870)가 1850년대 프랑스 일간신문에 연재하였던 소설로서, 에드몽 단테스(Edmont Dantes)라는 청년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옥 같은 디프(D’If)감옥에 12년간 갇혀 있다가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원수들을 하나씩 복수한 다음에 행복한 여생을 살았다는 권선징악(勸善懲惡)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통쾌한 소설이다.

한 편 뒤의 것은 작가 홍명희(洪命憙, 1888~1968)가 실재 인물이었던 임꺽정을 주인공으로 하여 일제 강점기였던 1928년부터 ≪조선일보≫에 연재하였던 일종의 역사소설이자 의협(義俠)소설로서, 도둑으로 일생을 보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마지한 비극적 이야기로 되어 있다.

본명이 임거정 또는 임거질정(林巨叱正)인 속칭 임꺽정은 조선조 인종(仁宗)때 경기도 양주(楊州)에서 백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몸이 건장하고 힘이 장사여서 무리를 모아 두목이 되었으니, 지금으로 말하면 조폭의 두목인 셈이다.

백정이란 최하층의 신분으로 계급사회에 대한 불만과 저항으로 탐관오리를 징계하고 관청과 부자의 재물을 털어 어려운 백성을 도와주기도 하니, 의적(義賊)이란 칭호까지 받았다.

주로 황해도의 봉산군(鳳山郡), 평산군(平山郡), 재령군(載寧郡) 등의 깊은 산속에 의거하면서 대도(大盜)의 행세를 하였고, 한 때 문경새재까지 와서 잠시 머문적도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학자였던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지은 ≪성호새설(星湖僿說)≫에 보면 홍길동(洪吉童) 및 장길산(張吉山)과 함께 조선의 3대 도둑으로 임꺽정을 꼽고 있을 정도다.

당시 나라에서는 임꺽정 일당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전개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였다. 그러다 판윤(判尹) 남치근(南致勤)이 토포사(討捕使)가 되어 그들의 본거지인 재령군 구월산(九月山)을 습격하여 드디어 임꺽정을 체포하였으며, 서울로 압송하여 처형하였다. 때는 1562년 명종(明宗) 17년 봄이었다. 나라와 시대를 잘 만났더라면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되었거나 나라를 위해 큰 역할을 했을 것인 데, 일개 도둑 무리의 두목으로서 비참한 최후를 맞은 임꺽정을 생각하면 매우 가련하고 애달게 느껴진다.

≪임꺽정≫의 일대기를 소설로 쓴 홍명희는 호를 가인(可人) 또는 벽초(碧初)라 하며, 고종(高宗) 25년에 충청북도 괴산(槐山)에서 출생하였다.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이 소설은 해방 후 끝을 맺지 못한 미완의 상태로 1948년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에서 전 10권으로 간행되었다.

이 소설은 서사적 기법으로 풍부한 토속어를 구사하여 쓰여진 것으로 조선시대 사회상과 풍속을 잘 재현하고 있는 매우 탁월한 대작이다. 저자는 해방 후 좌익운동에 가담하여 활동하다가 곧 바로 월북하여 북한의 공산당정권 수립을 위해 노력하였고 부수상까지 역임하였다가 1968년에 80세를 일기로 작고하였다.

나는 소설의 주인공 임꺽정과 소설의 저자 홍명희의 두 사람을 생각하면 통한(痛恨)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 자신과 가족과 국가를 위해 좀 더 보람스럽고 유익한 일을 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봉건적 양반 중심의 계급체제를 타파하려던 높은 이상의 포부도 실현하지 못한 채 도둑이란 공공의 적으로 생을 마감한 임꺽정의 ‘미성(未成)의 포부’에 대해 통한을 느낀다.

그리고 공산당원이 되어 북한으로 넘어가서 위대한 저서의 완결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진 홍명희의 ‘미완(未完)의 명작’에 대해 또한 통한을 금치 못한다. 저승에 가있는 이 두 사람에 대해 원망과 함께 명복을 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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