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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와 설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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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13일(화) 16:57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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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신라 시대에 유명한 중이 열 명 있었으니, 이들을 ‘신라 십성(新羅十聖)이라 한다. 아도(我道), 염촉(厭觸), 혜숙(惠宿), 안함(安含), 의상(義湘), 표훈(表訓), 사파(蛇巴), 원효(元曉), 혜공(惠空), 자장(慈藏)이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원효스님 한 분은 다른 분들과 다른 독특한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 유명하다. 617년, 곧 26대 진평왕(眞平王) 39년에 출생하니, 아버지는 나마담날(奈麻談捺)이고 할아버지는 잉피공(仍皮公)이다.
당 나라 유학길에 올랐다가 도중에 해골물을 마시고 모든 것이 자기 마음에 달렸음을 깨닫고 나서 바로 귀국한 일화를 갖고 있다. 후에 태종무열왕(太宗武烈王)이 된 김춘추(金春秋, 604~661)와 깊은 교분을 가지고, 깊은 산속이 아닌 시중 세속에서 포교활동을 하였다.
일명 서당(誓幢)이라고도 한 원효는 신라 해동종(海東宗)의 시조로서, ≪삼강삼매경론소(三剛三眛經論疏)≫,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 ≪화엄경소(華嚴經疏)≫ 등의 저서를 남기기도 하였으며, 그의 사상은 신라 통일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것이다.
원효가 젊었을 때에 김춘추의 누이동생인 요석공주(瑤石公主)가 과부가 되어 돌아와 요석궁에 홀로 머물고 있었다. 이 공주를 연모한 원효는 어느 날 글을 지어 돌에 싸서 요석궁 안으로 던져 넣었다.
“아유탱천주(我有撑天柱) 수유몰가부(誰有沒柯斧)”라는 글이었는 데, 그 뜻은 ‘내가 하늘을 받칠만한 기둥을 갖고 있는 데, 누가 자루 빠진 도끼를 갖고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이 글을 본 요석공주는 “대사가 자식을 갖고 싶어 하는구나!”하고 원효를 받아드렸다.
이렇게 하여 태어난 아들이 바로 설총(薛聰)이다. 그리고 원효는 686년, 곧 31대 신문왕(神文王) 6년에 입적하니, 70세의 향수였다.
설총이 태어난 해는 정확치는 않으나 655년으로 추산되고 있는 바, 이 해는 아버지 원효가 39세였고 태종무열왕 2년이었다. 자를 총지(聰智)라 하고 한림(翰林)의 관직에 올랐으며, 경주설씨(慶州薛氏)의 시조이기도 하다.
신라십현(新羅十賢)의 한 사람이자 강수(强首)․최치원(崔致遠)과 함께 신라삼문장(新羅三文章)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그는 나면서부터 이름처럼 매우 총명하여 경사(經史)에 밝고 구경(九經)에 능통하였다.
그리하여 그 때까지 있었던 이두(吏頭․吏讀․吏道)와 향찰(鄕札)을 집대성하고 바르게 정리함으로써 한문을 국어화하는 데 크게 공헌하였던 것이다. 신문왕 때에는 국학(國學)을 설립하는 데 주동적 역할을 하였고, 성덕왕(聖德王) 때에는 ≪감산사아미타여래조상기(甘山寺阿彌陀如來造像記)≫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이두문자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어서 우리말을 표기하는 데 쓰이든 문자로서, 설총이 체계화한 다음에 향가(鄕歌)를 표기하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설총이 지은 향가로서 우화적 단편 산문인 ≪화왕계(花王戒)≫는 당시 신문왕을 풍간(諷諫)했다고 하여 ≪풍왕서(諷王書)≫라고도 불리우며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고려조에 와서 현종(顯宗) 13년인 1022년에 홍유후(弘儒侯)라는 시호가 추증되었고, 신라이현(新羅二賢)이라 하여 최치원과 함께 문묘(文廟)에 배향되었으며, 경주의 서악서원(西嶽書院)에 제향되기도 하였다.
역사에는 가정이나 가설이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상상은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원효가 없었다면 설총도 없다. 그리고 원효가 요석공주와의 사랑으로 파계승(破戒僧)이 되지 않았더라면 역시 설총은 없다. 또한 설총이 없었더라면 이두문자의 체계화와 향가의 발전은 없었거나 많이 늦어졌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원효대사의 스님으로서의 이탈적 행적은 비난의 대상만은 아닌 것 같다. 저승에 가서도 부처님께서 크게 나무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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