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생의 소망
|
2017년 12월 29일(금) 17:53 [(주)문경사랑] 
|
|

| 
|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사람은 꿈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꿈은 실현시키고 싶은 바람이나 이상을 말한다. 따라서 꿈은 소망, 야망, 희망, 목표 등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꿈의 정도는 나이와 반비례 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젊은 시절에는 이른 바 크고 높은 청운의 꿈을 품고 이의 실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이러한 꿈이 점차 작아지고 낮아지는 성향을 띄게 된다. 따라서 젊은 시절의 꿈은 높은 이상에 오르지만 나이 든 다음의 꿈은 낮은 현실에 가까워지게 된다.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늙은이여 현실을 직시하라’라는 말이 이렇게 하여 생긴 것이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서 부터는 여생(餘生)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여생이란 살아있는 나머지 기간의 삶, 곧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이다.
젊은 사람의 여생은 길고 늙은 사람의 여생은 짧은 게 일반적이고 정상적이다. 그러나 가끔은 이것이 뒤바뀔 때도 있으니, 그것은 출생에는 나이의 선후배가 있지만 죽음에는 나이의 선후배가 없기 때문이다.
여생, 특히 노령의 사람이 갖는 여생에 대한 소망은 보통 소박하고 현실적이다. 거창하고 이상적이며 차원 높은 소망은 여생의 기간이나 자신의 능력으로 보아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줄이거나 아예 단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통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부르는 데, 이들이 갖는 소망을 보면 비교적 소탈하고 실제적이다. 아프지 않는 건강의 유지, 싸우지 않고 화목한 가족관계, 빚지지 않는 안정된 가계, 천대 받고 무시당하지 않는 대우 받기 등이 그것이다.
나는 이제 80세의 산수(傘壽)에 이르렀다. 10년이 지나면 90세의 졸수(卒壽)에 이르고 20년이 지나면 100살의 백수(百壽)에 이르며, 다시 10년이 가면 111세의 황수(皇壽)에 닿고 거기서 또 15년이 가면 125세의 천수(天壽)에 다다른다.
어느 나이의 단계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음으로 바라는 소망은 아마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현재의 시점에서 나의 가슴에 있는 소망을 정리하면 삼차원(三次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1차원의 소망은 소박한 성격을 띈 것으로, 나와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화목한 삶을 영위하는 것, 부채 없는 안정적 가계재정을 운영하는 것, 옛 친구들과 자주 만나 술잔을 나누며 가끔 노래도 함께 부르는 것이 그 전부다.
제2차원의 소망은 약간 더 희망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인 바, 후손들이 나보다 더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 그동안 신세지고 은혜 입은 사람들에게 응분의 보답을 하는 것, 100세까지 살아 그 동안의 기록을 집대성한 ≪인생백년사≫의 책자를 발간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3차원의 소망은 더 이상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고등학교 학생 때부터 꿈꾸어 오던 노벨문학상을 나의 생애기록사를 인정받아 수상하는 것, 여덟살 때 분단된 남북이 전쟁 없이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 하늘이 준 천수를 다하여 125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그것이다.
100살이 넘게 사신 어느 노인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나는 너무 오래 살았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어 미안스럽고, 친구들이 모두 먼저 가서 아주 심심하고 쓸쓸해. 이제는 갈 데도 없고 반가워하는 사람도 없어.”
나이가 들면 어린 아이처럼 욕심이 많아진다고 한다. 어린이의 욕심은 귀엽기나 하지만 노인의 욕심은 추하고 불쌍하게 보인다. 노인이 욕심을 가지면 노욕(老慾)이라 하여 비난하고, 더 욕심을 내면 노망(老妄)이라 하여 천시하며, 더 심해지면 치매(癡呆)라 하여 격리시켜 버린다.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적당한 연륜에 이르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데릴러 온 저승사자를 따라 조용히, 그리고 웃으면서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으로 가야지!
|
|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주간문경을 읽으면 문경이 보인다.” - Copyrights ⓒ(주)문경사랑.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주)문경사랑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문경사랑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