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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힘

2010년 01월 28일 [주간문경]

 

엄태우

아시안트레딩(주) 대표이사 회장
재경향우회 부회장
본보 고문


ⓒ (주)문경사랑

나의 고향은 문경시 산북면 내화리이다. 그곳에서 태어나 산북초등학교를 6개월 다니다가 독립운동을 하신 할아버지를 따라 고향을 떠났다.

나는 힘든 고학을 하며 일본에 유학하여 명문 명치대 법학부를 나왔지만 고향에서는 학연이 없었다. 그러나 고향의 학교측과 동창회의 배려로 초·중·고를 모두 명예졸업하게 되어 동문도 생기고 모교도 생겼다. 고향에 가면 모교가 있어 가슴이 뿌듯함을 느낀다.

나는 동문회 모임이 있으면 서울이건 지방이건 가능하면 참석하여 회포를 풀고 발전하는 고향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누구에게나 각별한 정을 느낀다. 삶이 고달플 때면 언제나 안기고픈 곳이 고향이다. 그러면서 어떤 고통도 녹아 없어져버릴 것 같은 어머니 품과 같은 곳이 고향이다. 특히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좌절을 겪을 때 고향에 가서 친척과 친구를 만나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마음을 추스르면서 세파에 시달린 심신을 휴식하고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설날이나 추석에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것은 고향의 이런 힘 때문이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 한파를 직접 피부로 느끼면서 맞아야 하는 올해 설날에는 고향을 찾아 마음을 위로 받고픈 심정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모두가 이번 설날 귀성이 앞으로 겪어야할 혹독한 경제 한파를 견뎌내는 힘을 충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고향을 가고 싶어도 갈 수없는 상황이 누적되면 향수병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그것이 폭력적으로 분출되기도 한다. 1960년대 서독에서 일했던 우리나라 광부와 간호사들이 고국을 그리는 향수병에 시달려야 했고 심한 이는 정신착란까지 일으켰던 사실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수양제가 자신의 경호부대인 친위대가 일으킨 반란으로 죽었는데 친위대 반란의 이유가 타향에만 머물러야 했던 친위대원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고향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마음을 정화(淨化)하기도 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설날이나 추석이 지나고 나면 일시적으로 범죄 발생률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것도 고향의 힘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지구촌에서 가장 힘드는 귀성 전쟁을 치르는 중국의 경우 설날 귀향인파 중에는 대량 실직으로 다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렬도 줄을 잇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실직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60년만에 찾아온다는 백호의 해다. 어느 때 보다 좋은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고향 문경인들이여! 다음달 돌아오는 설날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고향의 힘’을 받아 모두 혹독한 경제 한파를 슬기롭게 잘 이기고 즐거운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편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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