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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은 고향 문경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다

2026년 05월 28일(목) 13:08 [주간문경]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 주간문경

 

1958년 개띠로 태어나 고향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필자는 당시 호서남국민학교를 입학하니 한 반에 65명으로 오전 오후 반으로 나눠 수업을 하는 지금의 초등학생들은 상상할 수 없는 교육 환경이었다.

탄광촌의 경기가 따뜻하던 시절 활기차던 문경의 인구는 16만이 넘었고 당시 초등학교는 43개였는데, 반세기가 지난 문경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인구는 6만 4천 명까지 줄었고, 초등학교는 17개로 줄었다.

이른바 지방소멸의 파고를 가장 세게 경험하고 있는 도시 중의 하나가 문경이고, 그 시절 문경의 산천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이제 전국 각지에서 ‘출향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출향인들은 몸은 비록 고향을 떠나 있지만, 마음만은 고향 소식에 귀 기울이고, 수도권에서는 각급학교 재경동창회와 동기회를 비롯 다양한 모임에 함께하고 있다.

그중 가장 활발한 출향인의 모임인 올해 창립 9주년이 되는 김규진 회장님이 창립하신, ‘재경문경시산악회’는 매월 4주 차 토요일에 빠지지 않고 모임을 하고 있으며, 11월 창립 기념회와 3월 시산제에는 몇 백명의 출향인이 함께한다.

고향을 위한 갈망은 영어로는 ‘homesickness’ 향수병이라 번역하고, 독일어에는 ‘Heimweh’라고 표현한다. ‘Heim’은 고향, weh는 아픔이다. 이러한 고향에 대한 갈망이 주는 아픔은 상실에 대한 아픔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향이 마음속에서 상실되기 전 그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바쁜 가운데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는 모임인 ‘재경문경시산악회’를 가면, 시끄러운 문경 사투리에 내 어린 시절의 고향의 정서가 되살아나고, 부대끼며 살아온 인생에 잊혀졌던 문경인이란 정체성이 나타난다.

그래서 내 하는 일에서 은퇴하면 물고기가 고향의 모천을 그리워하며 몇 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오듯이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할 삶의 뿌리, 고향으로의 회귀(homecoming)를 꿈꾼다.

출향인에게 고향 문경은 ‘지나온 시간’이 아니라 ‘다시 돌아갈 곳’이다. 그래서 출향인은 늘 고향과 소통하고 싶다. 고향의 소식을 듣고 싶고, 지역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 내 주위에 많은 출향인들이 ‘주간문경’을 정기 구독하고 내가 쓴 칼럼을 보고 안부를 전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실제로 상당 수의 출향인들이 고향사랑기부금에 참여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방식으로 문경을 돕고자 한다. 누군가는 문경의 농산물을 구매하고, 주위에 사람들에게 맛있고 좋은 농산물임을 자랑한다. 출향인들은 작은 마음이 모여 내 고향 문경이 소멸되지 않은 도시가 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출향인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문경시와 출향인과의 소통의 창구가 부족하다. 고향은 출향인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나, 단지 명절 유튜브에 올라오는 인사치레에 그치지 말고, 고향의 변화와 정책, 미래 비전을 출향인과도 공유할 수는 없을까.

6.3. 지방선거에 새로이 선출될 시장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출향인을 단순한 ‘외부 사람’이라는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경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봐 달라는 것이다. 현재 문경의 시정은 행정 구역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출향인들과 함께하여 출향인과 소통의 창구를 만들고, 출향인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 유치, 관광 홍보, 귀향 정책에도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 고향사랑기부금 역시 단순한 재정 확보를 넘어 ‘함께 고향을 살린다’는 공동체 운동으로 발전된다면 고향 발전을 위해 지갑을 열 출향인도 많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출향인과의 소통에 대한 부재를 아쉬워하며, 두보의 시귀에 나오는 가서만금(家書萬金)처럼 타향에 살지만 고향에서 전해오는 소식은 황금 만 냥처럼 소중하다. 필요한 것은 문경시가 출향인들과 끊어진 관계를 복원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소통의 문이 활짝 열릴 때, 출향인의 그리움은 문경을 살리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출향인은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의 자치단체장보다 문경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더 많은 문경의 강력한 지지자 이자 ‘변함없는 문경 시민’이다.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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