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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2009년 11월 18일 [주간문경]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오늘은 어느 독자분이 보내온 편지가 너무도 가슴 뭉클해 소개합니다.

『제 어머니는 시장 한 귀퉁이에서 나물을 파셨습니다. 다리도 불편하신 몸으로 매일 시장 귀퉁이로 나가 나물을 팔던 어머니, 그러나 그런 어머니가 싫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에게 시장 근처를 지나는 일은 고통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지나고 있을 때 다리까지 불편한 어머니가 갑자기 나를 부르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초라한 어머니가 싫었던 것입니다.
아버지도 없이 자라면서, 궁색한 살림과 가난 그리고 초라한 어머니가 너무도 싫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원래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던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해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다리를 다쳤던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 어머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물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에만 매달렸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제가 이토록 초라하고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 길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끔 어머니가 절룩거리는 몸으로 학교를 찾아올 때면 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외면했습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반드시 성공하겠다. 아버지, 어머니처럼 초라한 삶은 살지 않겠다.'
결국 저는 의사가 되었습니다. 어릴 때의 소원처럼, 어머니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부자인 아내를 얻어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병원도 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헤어진 저는 매달 넉넉한 생활비를 어머니에게 보내는 것으로 아들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구질구질한 지난날이 떠오를까봐 어머니를 직접 찾아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고향에 있는 모교의 선생님으로부터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집으로 찾아간 저를 맞아주시는 것도 선생님이셨습니다.
제가 고향을 떠난 뒤에도 선생님은 가끔씩 어머니를 찾아가 안부를 물으셨다는 것도 그제 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눈을 감고 조용히 계시던 선생님께서 입을 열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난하지만 정이 넘치는 부부가 있었지, 어느 날 그 부부는 포대기에 쌓여 버려진 갓난아이를 발견했어. 가난한 부부였지만 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그 아이를 안고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키웠지. 늘 공사장에 나가야 하는 부부는 할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곤 했단다. 그러다가 일이 터진 거야. 포대기에 쌓여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기 위로 철근더미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지. 부부는 급한 마음에 아기를 구하겠다고 달려들었어. 결국 남편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아내는 다리를 다쳤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기는 전혀 다치지 않았단다…….”
이젠 아무리 울어도 어머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십니다.
그걸 알면서도 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어머니!

그 영원한 이름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야 됩니다. 1년 365일 동안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기껏해야 명절이나 생신 때,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 잠시 부모님 곁에 있을 때가 전부일 것입니다.

이제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입니다.

오늘은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번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편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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