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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에 생각나는 사람

2022년 08월 23일 [주간문경]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한식(寒食)은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 4월 5․6일쯤 된다. 이 날은 백성 모두 일체 불을 금하고 음식도 찬밥을 먹는 날이다.

그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중국의 옛 풍속에 이날은 매년 풍우(風雨)가 심하여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도록 한 습관에서 유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개자추(介子推, ?~636)란 사람을 애도하는 뜻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두 번째 설을 중심으로 좀 더 상세한 내용의 이야기를 알아보기로 하겠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12열국(列國)의 하나인 진(晉)나라는 기원전 1000년부터 기원전 276년까지 39대 700여년 존속한 매우 강한 국가였다. 제23대 헌공(獻公)은 여러 왕자를 두었는데, 둘째인 서자(庶子)출신의 중이(重耳, 697~628 B.C.)를 43세때 궁에서 추방하였다. 공자(公子)로서 망명생활을 할 때, 처음부터 그를 모시고 다닌 사람이 바로 은사(隱士)요 현인(賢人)인 개자추였다. 숱한 고생을 하면서 숨어다녔다.

한 번은 밥 없이 며칠을 굶어서 개자추는 자기의 넓적다리살을 베어 구워서 소고기라 하면서 먹여 살린 일도 있으며, 여기서 ‘할고봉군(割股奉君)’, 곧 허벅지살로 주군을 봉양한다는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생겼다. 19년이란 긴 망명 끝에 진(秦)나라 목공(穆公)의 도움으로 귀국하여 왕위에 오르니 기원전 636년이오 그의 나이 62세였으니, 그가 바로 진(晉)의 제24대왕 문공(文公, 재위 636~628 B.C.)이다.

문공은 등극 후에 망명 시절에 도와준 사람과 전국의 훌륭한 선비들을 모아 국가를 크게 융성시켰다. 재임 9년 동안에 초(楚)를 쳐부수고 주(周)를 도와 국력이 크게 신장되어 영토가 하북(河北)과 하남(河南)에까지 도달하였으며, 그리하여 제환공(齊桓公)․초장왕(楚莊王)․오합려(吳闔閭)․월구천(越勾踐)과 함께 춘추오패(春秋五霸)의 한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기를 위해 가장 큰 고생을 한 개자추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개자추는 다른 많은 사람에게는 봉록(封祿)을 주면서 자기에게는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기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서성(山西省) 개림현(介林縣)에 있는 해발 2000m 높이의 면산(緜山)에 들어가 숨어 살았다.

얼마 뒤 늦게 알게 된 문공은 백방으로 그를 찾았으나 나오지 않아 할 수 없이 그 산에 불을 질렀다. 효성이 지극한 그이기에 어머니를 업고 밖으로 나올 줄 알았으나, 3일 밤낮을 타고 남은 뒤에 가보니 큰 나무 밑에 모자가 서로 안고 타죽어 있었다.

개자추에 너무나 슬프고 미안했던 문공은 불에 타죽은 개자추를 생각하여 이날 하루만은 일체 불을 피우지 말고 찬밥을 먹을 것을 명하였으며, 이것이 한식이 생긴 유래이다.

옛날 나라에서는 이날 종묘(宗廟)와 능원(陵園)에 제향을 지내고 민간에서는 성묘(省墓)를 하는 풍습을 하게 되었다. 문공은 개자추가 불에 타죽은 면산을 개산(介山)으로 고쳐 부르게 하고, 그 일대를 개자추가 쉬고 있었던 곳이라 하여 개휴현(介休縣)이라 칭하게 하였다.

그리고 불에 탄 나무로 나막신을 만들어 신고 다니면서 땅에 닿는 소리를 들으며 개자추를 생각하곤 했다고 한다. 상대방의 존칭인 족하(足下)나 일본의 나무신발인 게다(下駄)라는 말도 이 나막신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후일에 만들어진 무덤인 개공묘(介公墓)와 개공사당(介公祠堂)이 있고 그 앞에는 개자추 모자의 큰 석상(石像)이 세워져 있다.

당(唐)나라 시인 고황(高凰)이 지은 ≪의고삼수(擬古三首)≫에 다음의 구절이 있다. “부생과하모(浮生果何慕) 노거선개추(老去羨介推)” (덧 없는 인생에서 과연 무엇을 그리워 하나? 늙어감에 개자추를 선망하나니.)

우리나라에서는 설․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손꼽히는 한식에 대해 경기잡가(京畿雜歌) 중 ≪달거리≫에 다음 구절이 들어 있다. “이월이라 한식날에 천추절(千秋節)이 적막이로다. 개자추의 넋이로구나. 면산에 봄이 드니 불탄 풀 속 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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