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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우체국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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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17일(금) 16:30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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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할 일을 떠올린다. 그러다 일어나 기도를 한다. 기도에는 어머니, 아흔에 접어드는 노모에 대한 바램도 포함된다. 우리 어머니는 4년째 치매를 앓고 있다. 다행히 가족 일부를 알아보는 인지능력이 남아 있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기도는 병에 대한 쾌유가 아니다. 앞으로의 남은 어머니의 여생이 보다 평안해지기를 바라는 기도다. 그래서, 기도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 주님의 품안에서 편안하기를.”
그 다음은 안해와 우리 가족들의 건강과 지혜 그리고 덕(德)을 기원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렇듯 가족들에 대한 기도를 한 뒤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다.
현관문을 열면 상쾌한 아침 공기와 만나는데 이때, 새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옆집 지붕 위와 마당의 감나무에서다. 새들은 현관문을 열고 나설 때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어떤 때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수 회 오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모이를 주면 새들이 모여든다. 대여섯 마리 정도다. 하지만 새들은 사람의 기척이 있으면 모이 근처에 오지를 않는다. 아침에 마당에서 풀을 뽑거나 텃밭을 정리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금방 날아가곤 한다.
며칠 전 텃밭을 가꾸었다. 가지와 고추를 뽑고 가을배추를 심었는데, 며칠 사이에 눈에 띄게 자랐다. 옆 고랑에는 아직도 토마토와 오이가 있는데 곧 정리할 예정이다. 이미 담장 위의 호박은 익은 지 오래되었다.
며칠 전에 마른 호박 줄기를 정리하다가 누런 호박 두 개를 땄다. 찬바람이 불기 전에 남아 있는 호박도 정리하려 한다. 뒷마당 장독대 옆의 토란은 지금이 한창이다. 작년보다 많이 자랐다. 이제 곧 토란대를 잘라 말려야겠다. 캐낸 토란은 보관해서 씨앗으로 하거나 음식으로 사용한다.
곧 추석이 다가온다. 그리고 추석연휴 다음은 추분(秋分)이다. 그러고 보면 가을은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저녁식사 뒤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들어오는 공기가 선선하다. 그때 마음은 가까이에 있는 가을을 더 찾곤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노래를 자주 듣게 된다. 가수 윤도현이 부른 “가을 우체국 앞에서”라는 노래이다.
최근에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어느 출연자가 불러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가을을 닮은 리듬과 노래를 부르는 이의 음색이 가을에 맞는 것 같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그런데, 왜 가을에는 우체국 앞에서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저 풍경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감성으로 남아 있을까. 아마도 우리들이 젊은 시절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밤새워 썼던 편지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모르겠다.
청마 유치환은 그의 시 ‘행복’에서 “…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라고 노래했다. 시인도 가을 우체국에서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라고 정의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들이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해야 할 우체국은 너무나 멀리 있다. 우체국을 대신할 휴대폰이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늦은 시간에 ‘가을 우체국 앞에서’라는 노래를 들으며 가을의 감성에 젖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리에 눕기 전 하루를 마감하는 기도를 한다. 어쩌면 그 기도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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