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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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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6일(금) 18:19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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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중국 춘추시대 때, 성인인 공자(孔子, 552~479 B.C.)에게는 3천명의 제자가 있었으며, 그 가운데 탁월한 열 명이 있었으니 이를 십철(十哲)이라 하였다.
십철 가운데에서도 공자가 높이 평가한 두 사람이 있었는데, 안회(顔回, 521~490 B.C.)와 자공(子貢, 520~456 B.C.)이 그들이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높은 경지의 학문에 이르렀으나, 안회, 곧 안자(顔子)는 듣기만 하고 말이 없는 반면에 자공은 말이 많고 또 말을 잘하였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훌륭하냐고 물었더니 자공이 답하기를 자기는 하나를 배우면 둘을 알지만 안회는 열을 안다고 하면서 자기보다 한 수 위라고 하였다. 그러나 안회는 31세로 요절하여 공자를 매우 슬프게 하였지만 말 많은 자공은 노(魯) 나라와 위(衛) 나라의 재상까지 지내면서 64세까지 살았다.
그리고 공자께서는 “지자불언(知者不言) 언자부지(言者不知)”, 곧 “참으로 아는 자는 말을 하지 않고 말이 많은 자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즉, 크게 현명함은 어리석음과 같다는 뜻의 대현여우(大賢如愚)를 일컬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노자(老子)≫라는 고전의 오륙장(五六章)에 나와 있다.
서양 격언에 ‘웅변은 은이오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en)’라는 말이 있다. 말을 많이, 그리고 잘 하는 것은 값있는 일이지만 이보다 더 값진 것은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말이 많으면 경박하다, 경망스럽다, 말이 많다, 시끄럽다, 눈치 없다 등의 비난을 받지만, 말이 없으면 과묵하다, 중후하다, 조용하다, 자중한다, 침착하다라는 평을 받는다. 열 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각자 10분의 1만큼만 말을 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데, 만일 어느 한 사람이 10분의 5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말을 한다면 공평하다고 할 수 없다.
한 편 지나치게 과묵하여 너무 말을 하지 않아도 대화의 분위기에 맞지 않으며, 심한 경우에는 오히려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혼자서만 떠드는 사람이나 너무 말이 없는 사람은 다음 번 모임에서 제척되는 비운을 당하기도 한다. 대화에도 중용(中庸)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열 되(升)를 한 말(斗)이라 한다. ‘되로 배워 말로 쓰먹는다’는 속담은 배운 것은 조금밖에 없는 데 이를 활용하여 많이 아는 척 하고 다각도로 이용한다는 말의 비유이다. 그래서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한다.
반면에 ‘말로 배워 되로 쓰먹는다’는 속담은 많이 알되 표현과 활용은 조금만 한다는 말이다.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와 말의 량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까? 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날까? 아마 노인이 될수록 아직 살아 있고 또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자기과시의 욕구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이 말이 많으면 주책없는 노인, 눈치 없는 늙은이, 노망(老妄)이나 망령(妄靈) 든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가 쉽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말을 적게 해야 할 소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조선 영조(英祖) 때의 학자인 남파(南波) 김천택(金天澤)이 영조 4년인 1728년에 편찬한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작자 미상의 다음 시조가 실려 있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 말을 것이/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말 하는 것이/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기하학(幾何學)에 황금비율(黃金比率, golden ratio)이란 것이 있는 데, 도형의 상호비율로 나타나는 것이며, 대표적인 것으로 (+1 : 2 = 3.236 : 2)가 있다.
이를 여기에 원용하면, 아는 것과 말하는 것의 비율을 활동시기 때는 3대2로 하고 나이가 들면서는 5대2 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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