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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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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8일(화) 13:29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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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지금부터 2,500여년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초(楚)나라의 섭현(葉縣)이란 고을에 섭공(葉公)이란 제후가 있었다. 그의 본명은 심저량(沈諸梁)이고 자는 자고(子高)였으며, ‘섭공호룡(葉公好龍)’이란 고사를 남기기도 한 사람이었다. 그는 용을 무척 좋아하여 집안에 용의 그림을 많이 그려 놓았는데, 실제 용이 그 집에 나타났더니 섭공은 놀라서 달아났다는 이야기에서 좋아하는 척 하지만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을 때, 섭공호룡이란 사자성어를 쓴다.
이러한 섭공이 다스리는 섭현의 백성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가서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섭공은 걱정이 되어 공자(孔子, 552~479 B.C.)를 찾아가 이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라는 여섯 글자만 써주고 말없이 떠났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논어(論語)》의 자로편(子路篇)에 나오는 말이다.
친목회 같은 모임은 유익하거나 재미가 있거나 어느 하나는 충족해야 사람들이 모이지 어느 하나도 없으면 떠나가고 만다고 한다.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할 경우, 예컨대 군대복무나 강제부역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가 재미도 없고 아무 이득도 없는 모임이나 단체에 나가겠는가?
한국이 북한 보다 사람을 더 기쁘고 즐겁게 하니까 멀리 북한에서 그 어려운 고난과 역경과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대부분의 군(郡)지역과 소도시들은 계속적인 인구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도시, 그것도 큰 도시로 가야 기쁘고 즐거운 일이 더 많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정든 고향을 떠난다. 따라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이 기쁨을 느끼고 유익함을 실감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있는 주민이 떠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멀리 있는 다른 지역의 주민까지 그리로 이주해 오게 된다.
그런데 외교 전략에 있어서는 이와 조금 다른 방법이 강조되고 있으니,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이 그것이다. 이 말의 근원은 중국 한(漢)나라 사마천(司馬遷)이 지은《사기(史記)》의 범수채택편(范睢蔡澤篇)에 나와 있다.
전국시대 때 자를 숙(叔)이라 하는 범수가 위(魏)나라 제왕(齊王)에게 잡혀가 죽음 직전에 이르렀으나 겨우 도망을 나와 진(秦)나라로 갔다. 이 때 진의 소왕(昭王)에게 원교근공의 외교전략을 건의하여 진 나라를 크게 부강시켰으며, 범수도 재상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멀리 있는 국가들과는 친교를 맺어 관계를 돈독히 하고, 반면에 가까이 있는 나라들은 하나씩 공격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전략을 쓰면 멀리 있는 국가들도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신라는 멀리 있는 중국의 당 나라와 친교를 맺은 다음에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으며, 근자의 일본은 서구열강과 교유를 다진 다음에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동남아 제국까지 쟁취하고자 했던 것이다.
인간사회에 있어서는 원교근공적인 인간관리가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 멀리 있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고 더 중용하거나 더 친숙하게 교류하면서 정작 가까이에서 더 수고하고 헌신하거나 희생적으로 노력한 사람을 무시하고 멀리하며 돌봐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 옆에는 참으로 진솔하고 헌신적인 사람은 잘 모여들지 않으며, 오히려 곁에 있던 사람도 떠나가게 된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이제는 다른 나라를 침공하여 자기의 지배하에 두기는 어려운 시대이므로 ‘원교근공’을 ‘원교근친(遠交近親)’으로 고쳐서 먼 나라와는 교유를 맺고 가까운 나라와는 친하게 지내도록 하며, 가까이를 기쁘게 하면 먼 데서도 온다는 ‘근자열 원자래’는 그대로 지켜나가도록 함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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