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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선생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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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01일(월) 13:34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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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퇴계(退溪) 이 황(李 滉, 1501~1570)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가 높이 인정하는 대유학자이시다. 성리학(性理學)의 대가이시고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의 주창자이시며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의 해설가이시다. 많은 이론을 제창하시고 많은 글을 남기셨으며 많은 제자를 길러내셨던 특별한 대학자였던 것이다. 나보다 435년 앞서 태어나신 이렇게 훌륭한 퇴계 선생과 간접적으로나마 몇 가지 인연을 맺게 되어 매우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여기 소개코자 한다.
첫 번째 인연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루어졌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꿈을 안고 안동사범학교에 입학했다. 입학한 첫 학기부터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특히 수학과 영어 및 한문은 학년생중 최우수였다. 같은 반에 퇴계 선생 후손 두 명이 있었는데, 이들이 나를 유심히 관찰하고서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나를 데리고 도산서원에 갔다. 서원을 관람하고 나서 고개를 넘어 본가가 있는 마을에 갔다. 종가댁에 안내되어 종손 어른에게 인사를 드리고 환담을 나누었다. 저녁에 사랑채에서 친구들과 같이 자고 다음 날 안동으로 돌아왔다. 왜 나를 도산서원에 데리고 갔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들이 이르기를 “너는 머리가 좋고 공부도 잘하니 퇴계 선생의 정기와 학풍을 이어받아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 이후로는 퇴계 선생과 도산서원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다.
두 번째의 인연은 향약(鄕約)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지방자치의 요소나 흔적을 찾는다면 사심관제(事審官制)와 두레․품앗이․계 및 향약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향약은 중국 11세기초 송(宋)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여씨향약(呂氏鄕約)을 우리나라에 도입하여 약간 수정․보완하였던 것이다. 퇴계 선생은 1556년에 예안향약(禮安鄕約)을 만들어 시행했으며, 이로 인해 향교(鄕校)나 향소(鄕所)가 설치되었던 것이다. 나는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고, 그 중에 지방자치학을 전공했으며, 후일 대학에서 가르친 주된 과목도 지방자치학이였다. 그래서 자연히 향약을 공부하게 되었고 퇴계 선생의 사상에 더 가까워지게 되었던 것이다.
세 번째의 인연은 퇴계학과 관련된 국제대회에의 참여였다. 2001년이 퇴계 탄신 500주년이 되는 해여서 퇴계학연구원과 경상북도가 주최가 되어 이를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를 10월 13일부터 안동시에 있는 국학진흥원에서 개최하였다. 세미나와 함께 퇴계학 관련 도서와 자료를 전시하였으며,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 여러 나라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참가하였다. 그때 나는 토론자로 참석하여 ‘유교공동체와 지방자치’라는 주제의 분과에서 한국, 영국, 스위스, 독일, 일본 등에서 온 대표들과 유익한 논의를 할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네 번째는 특강의 인연이다. 퇴계학진흥협의회는 퇴계학연구원과 진성이씨 종친회와 함께 송년회를 갖고 특강의 시간도 갖기로 하였다. 나에게 특강 요청이 왔을 때, 단언코 사양하였다. 퇴계학의 대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퇴계관련 강연을 한다는 것은 바로 공자 앞에 문자 읊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여러 사람의 요청이 하도 간절하여 결국 수락하고 말았다. 2013년 12월 4일 저녁 모임에 나가 ‘퇴계의 향약과 지방자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정말 긴장되고 조심스러워 등에 땀이 흘렀다.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고, 이런 막중한 모임에서 강연을 할 수 있었다는 자부심도 느꼈다.
끝으로 또 하나의 인연은 「성학십도(聖學十圖)」와 관련되어있다. 퇴계 선생은 68세이던 1568년 선조 2년에 「성학십도」를 그려서 선조 임금에게 진상하고 관직에서 물러나왔다. 「성학십도」는 앞선 성현들이 그렸던 것을 퇴계 선생이 수정․보완하고 창제하기도 한 열 폭의 도식이다. ‘태극도(太極圖)’ ‘서명도(西銘圖)’ ‘소학도(小學圖)’‘대학도(大學圖)’‘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인설도(仁說圖)’‘심학도(心學圖)’‘경재잠도(敬齋箴圖)’‘숙흥야매도(夙興夜寐圖)’가 그것이다.
퇴계 선생의 「성학십도」를 보고 이를 공부하면서 나도 이와 비슷한 것을 만들어봤으면 하는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범학십도(凡學十圖)」 또는 「범생십도(凡生十圖)」라는 이름 아래 80생애를 대표할 열폭의 도식을 준비하고 있으며, 2016년 산수(傘壽)기념집에 발표할 계획으로 있다. 일찍이 고교시절에 퇴계 선생과 도산서원의 정기를 전수받은 사람으로서 조그마한 퇴계사상의 흔적이나마 남기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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