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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세상읽기(53)-10월 26일, 특이한 하루

2021년 10월 29일 [주간문경]

 

 

↑↑ 강성주
전 재경문경시향우회장
전 포항문화방송 사장

ⓒ (주)문경사랑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날인 <8.15>, 북한이 남한의 공산화를 완성한다며 침략전쟁을 시작한 <6.25>, 학생들이 독재에 항거해 떨치고 일어난 <4.19>, 군인들이 나라의 혼란상을 극복하겠다며 쿠데타를 일으킨 <5.16> 처럼 우리 현대사에는 그 일이 일어난 날자를 고유명사처럼 쓰는 경우가 많다.

가을이 한창인 10월 26일도 그렇다. <10.26>은 우리 나라 근대화와 공업화에 혼신의 열정을 바친 박정희 대통령(1917~1979)이 42년 전인 1979년에 암살된 날이다. 현직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된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한 날자를 따서 ‘10.26사건’이라고 기술된다. 올해 10.26에는 여기에 한가지 뉴스가 보태졌다. 차례대로 한번 살펴 보자.

안중근 의사, 112년전 이등박문 사살

<10.26>의 원조는 112년전인 1909년 10월 26일이다. 이 날은 우리나라의 국권(國權), 즉 주권과 통치권을 탈취해 일본의 식민지로 만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가 만주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安重根,1879~1910)의사의 총에 사살당한 날이다.

이토(伊藤)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제국의 초대 총리 등 총리(내각총리대신)를 4차례 지내고, 조선총독부의 전신에 해당하는 통감부(統監府)의 초대 통감(1906~1909)을 지낸 일본 정계의 원로였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이토는 러시아제국의 블라디미르 코콥초프 재무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하얼빈을 방문했다가 하얼빈역에서 대한의군 참모 중장(大韓義軍 參謀 中將)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된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 의사는 살인 혐의로 이듬해 3월 26일 뤼순(旅順)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가 동양 평화 파괴의 원흉으로, 한국에 대해서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대한제국 고종황제를 폐위시킨 죄 등 모두 15가지의 큰 범죄를 저질렀다”고 재판 과정에서 일갈했다.

안중근 의사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가지가 전해지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모친 조(趙)마리아 여사가 아들 도마(Thomas)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편지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가슴 먹먹한 감동을 받는다. 3남1녀를 모두 독립운동에 헌신하도록 길러낸 힘의 원천이 신앙이라고 해도 순국(사형)을 앞두고 수감돼 있는 장남(長男) 안중근에게 보낸 편지는 정말 감동이다.

1909년 10월 26일 현장에서 체포된 안 의사는 이듬해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는다. 조 마리아 여사는 이 재판의 결과에 대해 분노를 표하며 “이토가 많은 한국인을 죽였으니, 이토 한 사람을 죽인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며 일제를 강하게 질타한다. 조 여사는 죽음을 앞둔 안 의사를 면회하지 않았다. 당차고 의기로운 어머니였지만 죽음을 앞둔 장남을 차마 만나볼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어머니는 형을 면회가는 동생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낸다.

“다른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아마도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생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언제 읽어도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솟구치는 편지다. 안 의사가 순국한 뒤 조 여사는 남은 자식들을 데리고 연해주로 떠난다. 그리고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조 여사는 상해에서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와 함께 어려운 임시정부 살림을 돕기위해 힘쓰다가 1927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 천부(天父)의 딸로 돌아간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18년만에 암살

1917년 경북 구미에서 출생한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암살됐다. 63세, 지금보면 한창 나이다. 현직 대통령이 심복인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을 당했으니, 당시 많은 국민들이 놀랐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문경과도 깊은 인연을 가진 대통령으로 국내의 일부 좌파들이 ‘독재자’라며 그의 공적을 폄하하고 있으나, 그는 아직까지 ‘가장 지도자다운 한국 대통령’으로 국내외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언젠가는 박정희 대통령을 능가하는 대통령이 나와야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보인다.

우리가 진짜 가난했던 시절 박 대통령은 그때 그때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들, 경제개발, 월남 파병, 한일국교정상화, 새마을운동, 10월 유신, 긴급조치 등등을 자신의 방식으로 제시해 가면서 나라를 이끌어 왔다.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는 많은 조사나 연구가 있어 각기 다르지만, 역대 대통령을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에 기여한 순서로 보면, 정치발전 분야의 순서는 박정희(74점)-노무현(70점)-김대중-이승만이고 경제발전 분야에서는 박정희(93점)-노무현(59점)-김대중-전두환의 순서로 나온다(중앙일보, 2015.9.8).

노태우 전 대통령 89세 별세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신군부 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 전 대통령(1932년생)이 지난 26일 별세했다.

육사 동기생인 전두환 대통령의 그늘에 가렸다고 하지만, 노태우 대통령은 재임시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당시 동유럽의 붕괴와 사회주의권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화를 놓치지 않고 중국 소련 동구권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국교 수립 등 북방정책(北方政策)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적이 크다.

또 북한과도 대화를 계속해 남북한의 유엔(UN) 동시가입(1991), 남북한의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등을 채택해 남북한 평화적 교류의 초석을 깔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의 별세로 이제 우리는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등 3명의 전직 대통령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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