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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2010년 01월 28일 [(주)문경사랑]

 

정창식

아름다운 선물101
점촌1동산악회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새해 전국에 많은 눈들이 내렸다. 서울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대폭설로 새해 첫날 지각이 속출하여 관공서와 회사에서 시무식을 오후로 연기하는 등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어느 여배우가 화보촬영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처음으로 지하철을 이용하였다는 가십이 ‘역시 프로다’라는 뉴스로 포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새해가 시작되는 즈음에는 부산스럽게 무언가를 하기보다, 때를 기다리듯 조용히 있을 일이다.

그런 때에 두꺼운 기록의 구속사건이 우리 방에 배당이 되었다. 여직원이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내용이 복잡할 것 같은데요. 더구나 2명이네요”라는 말에 새해 새날의 고요가 깨지는 듯 했다.

어느 종중으로부터 토지를 명의신탁 받은 종손과 종원이, 자치단체의 사업시행으로 토지 보상금을 수령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수령한 보상금을 허락도 없이 개인 채무를 갚는데 사용한 것이다. 이런 경우를 횡령이라고 하는데 그 금액이 각 1억5천만원에 이르렀다.

종손은 40대 중반이었고, 종원은 70대의 할아버지였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40대 중반의 종손이야 여러 가지 사업을 하면서 빚을 지게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70대 황혼에 접어든 나이에 1억5천만원을 임의로 사용하였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검찰과 법원이 고령자에게는 쉽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하지 않는 경우를 감안하면, 그의 행위는 상당히 고의적이고 금액 또한 적지 않은 것이다.

피의자인 할아버지는 토지보상금이 나오면 돈을 돌려달라는 종중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보상금을 수령한 후, 즉시 자신 명의로 다른 계좌를 개설 정기적금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이를 해지하여 채무변제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였다.
“종중 돈인데 왜 함부로 썼어요?”
“...돈이 급해서...”

귀가 멀어 잘 들리지도 않는 할아버지에게 구체적인 횡령의 이유와 과정을 추궁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기록에 따라 대략의 정리를 하면서 의심이 들었다.

채권자는 아랫동서로 현금으로 빚을 갚은 후, 갑자기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돈을 빌린 것은 자신의 큰 아들이 교통사고 났을 때 합의금 명목으로 제3자에게 빌린 것이라 제3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큰 아들이 사업자금으로 5천만원을 빌려갔으나 현재 행방불명으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1억5천만원이나 되는 큰 돈의 사용처가 할아버지의 진술에 따르는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보상금을 수령하면서, 채무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면, 굳이 돈을 나누어 정기적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종중에서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을 하자, 수중에 들어온 돈을 뺏기지 않으려는 욕심 - 사실은 당연히 반환하여야 할 것임에도 - 때문에 돈을 어딘가 숨겨두지 않았을까.

선량하면서 가장 무지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큰 돈을 혼자 가로채려는 마음으로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이 드신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몸은 이래도 마음은 청춘이야”

이를 달리 표현하면,
“나이는 들어도 욕심은 그대로야”

아니 어쩌면, 욕심은 더 늘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 어린애처럼 된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은 분별력과 의지가 약해지면서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남보다 더 가지려는 성숙하지 않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사기사건의 피의자인 60대의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하여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내가 피해자야~ 조사를 하려면 여기 서울에 와. 어딜 오라고 해!”

세월은 사람들에게 염치, 즉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덜어내고, 남의 것을 가지려는 욕심을 채워준다.

피의자인 할아버지는 시간이 흐르면 석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 숨겼을 지도 모르는 1억5천만원이라는 돈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돈을 다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이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통장에 적힌 숫자에 불과하다. 그 숫자가 한때는 자신을 즐겁게 할 수도 있지만 매 순간 행복을 가져주지는 않을 것이다.

70여 평생을 살아오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행복은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창밖엔 며칠 새 내린 눈이 녹아 군데군데 땅이 질퍽하다. 퇴근 길 빙판길을 조심해야겠다. 우리네 인생도 눈 내린 뒤 조심해야 할 빙판길이 아닐까. 새해 새날의 평화를 깨트린 첫 사건을 접하면서, 경인년 삶의 화두로 삼을 일이다.

편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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