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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정(樓亭)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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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28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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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 주간문경 | | 정자는 누마루가 있는 열린 공간으로 2층이면 누각, 단층이면 정자라고 부른다. 보통 이를 합쳐 누정이라고 한다.
우리 지역에서 대표적인 누각은 근암서원 앞 지원루(知遠樓)이다. 지원루는 2층의 누각으로서 1층은 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2층의 누대에 오르면, 산북면의 산과 들이 보인다. 눈앞의 산이 근품산이다.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이 산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듯이 근암서원 역시 근품산에서 유래가 된다.
지원(知遠)의 의미는 지원부지근(知遠不知近), 즉 ‘남의 일은 잘 보이나 자기 일은 잘 안 보인다’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아마도 우리 지역의 옛 선비들은 이 누마루에서 근품산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살피는 수기(修己)의 자세를 견지하였을 듯하다.
일반적으로 정자에는 기문(記文)이 걸려있다. 기문은 당대의 문사에게 의뢰되었다. 우리들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기문은 영빈서당 이설기이다. 근암서원에서 옮겨진 서당이 영빈서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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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간문경 | | 이설기(移設記)를 지은 이는 부훤당 김해이다. 부훤당 김해는 17세기 후반 우리 지역의 명망있는 문장가였다. 행장(行狀)에서 그 무렵 지역 유림에 관계된 문자 대부분을 그가 지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시를 즐겼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가 ‘해바라기꽃’이다.
“마루 위 햇볕 등진 노인네 /섬돌 앞 해바라기 /우연히도 만났구나 /그윽이 서로 벗이 되었네.”
앞의 두 구는 부훤당 김해의 시이고, 뒤의 두 구는 그의 벗 전오륜이 지었다고 한다. 서로 주고받듯 노래하는 시를 읽다 보면 절로 미소짓게 된다. 그가 지은 이설기로 우리들은 영빈서당의 첫 출발이 죽림서당이었으며 그 터에 있었던 삼층석탑의 존재 그리고 이곳에 조선시대에 영원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정자는 옛사람들의 만남과 휴식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오른 시인과 묵객들이 읊은 시들을 현판으로 걸어놓아 그 연륜과 명성을 자랑했다 한다. 이를 국문학에서는 ‘누정문학’이라고 하는데 백석정에도 시가 있다. 정자를 세운 백석 강제 선생이 지었다.
“… 흰 돌은 천년토록 희고 /긴 강은 만고에도 길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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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간문경 | | 백석정에는 국학연구가인 신후식 시인이 짓고 대한민국서예대전 대상을 수상한 서예가 롱곡 조용철 선생이 쓴 중건기 현판이 걸려있어 후대에 우리 시대 예인들의 자취로 남게 되었다.
봉서리 병암정에도 19세기 초 정자를 지은 병암 김현규 선생이 쓴 기문이 있다. 그리고 병암정 찬시(讚詩)도 함께 걸려있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그런데 주암정에는 시문이 없다. 정자를 지은 지가 오래되지 않아서이다. 최근 시인들의 주암정 찬시가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우리 지역 출신의 민병찬 시조 시인과 조향순 선생의 시가 널리 알려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살펴보면, 정자로 통칭되는 누정(樓亭)의 미학, 즉 아름다움의 결정(結晶)은 시와 문장 즉, 시문(詩文)에 있다. 이때,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정자에 찬시(讚詩)를 새겨 현판으로 걸어 놓는다면 진정으로 정자문화를 고양하는 문화 활동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주암정사랑회와 사회적협동조합 로컬과 문화연구소 등은 우리 지역 대표 정자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다가오는 6월 17일(수요일) 오후 3시부터 백석정, 병암정, 주암정 등을 순회하며 문화 해설과 연주 그리고 노래를 감상하는 답사 음악회이다. 간단한 다과도 곁들여 시원한 정자 아래 초여름의 더위를 잊게 할 정자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참여 문의전화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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