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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녹이는 세월과 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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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28일(목) 10:05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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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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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문경사랑 | | 인간사 살다보면 궂은일도 겪고 좋은 일도 겪으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며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삶이란 것이 언제나 자로 잰 듯이 살수 없기에 실수도 하고 가슴 치는 회한들을 삭이며 산다.
그러고 나서 세월이 한 참 지나고 나면 잊은 듯 지내다가도 문득문득 감정이 솟구칠 때가 있다. 요새 같이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팍팍할 때는 모두가 긴장하고 신경이 곤두서게 마련이다. 한참 묵은 일기장을 뒤적이다가 IMF 경제위기 때 어느 분이 겪은 참담한 사건이 기억이 나서 오늘 글로 적어본다.
경기도 안산에서 제조업을 하던 김 사장이란 분은 성실하고 인품 좋기로 주위 사람들에게 소문이 자자하였으며, 회사 직원들도 친형제처럼 따뜻이 대하고 신용하나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사업가라 하여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경제위기를 맞아서 사업 실패로 도망가듯 미국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냥 떠나면 주위 사람들의 동정이라도 받을 텐데, 미국으로 갈 때 형제뿐만 아니라 주위의 지인들에게 회사의 심각성은 감추고 돈을 잠시만 빌리겠다고 하고는 훌쩍 떠나버린 것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돈을 빌려준 사람들 모두가 겨우겨우 살아가는 서민들이라 돈을 빌려준 그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온갖 모진 말들이 난무했고 돈을 빌려준 사람들의 고통은 너무도 컸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였다.
그리고 10년 세월이 지난 후, 그를 잘 아는 친지가 관광차 미국에 갔다가 우연히 그를 만났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사람은 그 친지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지난날의 회한에 또다시 눈물을 흘렸단다.
한국에서 잘 나가다가 하루아침에 거지신세로 전락하여 도망치듯 미국으로 가야 했고, 40대 중반 넘는 나이에 신문을 돌리고, 청소부 일을 하고 잔디를 깎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누구 하나 아는 사람도 없이 아이 둘을 데리고 살아가던 초창기의 미국 생활은 눈물로 얼룩졌다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열심히 하는 자에게는 열매를 거두게 하는 것이 하늘의 법이며 자연의 순리인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살기위해 일을 했고 언젠가 돌아가 은혜를 베풀어 준 고향 분들께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지난세월이 10년이 흘렀단다.
그리고 그는 어렵게 살면서도 빚 갚는 통장을 만들어서 꼬박꼬박 저축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돈을 빌려준 그들에게 갚을 돈을 가지고 방문한다고 하며 쉼 없이 울먹였다.
그 사람의 친지가 한국에 들어와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돈을 빌려준 사람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고 한다. 모두들 한 바탕 소동이 날 줄 알았는데……. “돈은 나중이고 그 사람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타국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니 다행이라며 반가워했다는 것이다.
돈을 빌려간 그도, 돈을 빌려준 그들도 모두 세월의 흐름에 미움을 녹이고 친하게 지냈을 때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힌 것이 아니겠는가?
각박한 세상일 수록 돈이 먼저가 아니고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가진 자들과는 다르게 서민 대중들의 삶이 이해와 관용의 깊이가 훨씬 더 깊음을 증명하는 사실인 것이다.
세상에는 가방 끈이 짧은 사람보다도 긴 사람들이 더 악독한 짓거리들을 많이 한다.
서민 대중들은 관청에서 날아온 고지서 쪼가리 하나도 기일을 어길까봐 이 추운 겨울에도 동동거리며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가진 자들은 재산을 다 빼돌려 놓고 체납을 밥 먹듯 하면서도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면서 잘 사는 것을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빚을 갚기 위해 이국땅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모은 재산을 가지고 돌아 온 그 사장님은 빚잔치를 한 것이 아니라 동네 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귀국 잔치가 되었으며 모두는 얼싸안고 울었다고 한다. 세월은 쇠도 녹인다고 했다.
끝까지 인내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열매가 맺히게 마련인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인간사 진리인 것이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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