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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명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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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18일(월) 07:17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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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촌사람이 신병 때문에 서울 세브란스 병원과, 당뇨 전문 병원에 자주 다니다 보니 자가용 보다는 대중교통이 더 편리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기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늘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는 세상사는 모습과 그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어느 날 전철 안에서 있었던 일이 내 기억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기에 그 때의 사건(?) 경위를 펼쳐 봅니다.
알다시피 지하철 안의 넓은 자리는 일곱 사람 정도가 앉도록 되어 있지만 조금 좁히면 여덟 사람도 앉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어떤 남자들은 다리를 있는 데로 벌리고 앉았거나, 다리를 꼬고 옆으로 삐딱하게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자리에 앉기에 불편을 주고 심지어는 앉을 수 없도록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빈 자리에 서로 앉으려고 재빠르게 행동 하다가 부딪히는 일도 있고요.
때로는 잡상인들이 아무런 양해도 없이 무엇인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차 안을 한 바퀴 돌면서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다 본 신문 한 장이라도 선반에서 내리기 위해 까치발을 디디며 애를 써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는 삶의 가파름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여하튼 지하철 안은 우리들의 상식과 양심을 테스트하기에 아주 적절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전동차가 한양대학을 지나 왕십리 역에 정차하자 어떤 젊은 부인이 일곱 명이 앉아 있는 자리에 오더니, 다짜고짜 조금씩 당겨 같이 앉자고 하면서 막무가내로 끼어 앉았습니다.
그런데 그 부인은 언뜻 보기에 홀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먼저 앉아 있던 일곱 사람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스쳐갔습니다.
그리고 불만스런 모습으로 뭔가 중얼 그리며 그 젊은 여인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훔쳐보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가장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신사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자리를 좁혀 같이 앉아가자던 젊은 부인이 미안한 듯 황급히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사실은 복통이 심해서 그랬습니다. 앉으세요.”
젊은 여인이 그 노신사에게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번에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슬그머니 일어나서 젊은 여인을 앉으라고 팔을 잡아당기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새댁은 손을 내저으며 미안해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새댁, 홀몸도 아닌데 앉아서 가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차 안에서는 계속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중년의 아주머니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앉아있던 청년이 또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긴 좌석이 한순간 빈 자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모습을 주위에서 지켜보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모두 미소가 흘렀습니다.
일어선 사람들은 한동안 서로 앉으라느니 괜찮다느니 하면서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잠시 후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보고 웃으며 조금씩 자리를 좁혀가며 앉았습니다. 순간 지켜보든 누군가 박수를 쳤습니다.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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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문경사랑 | | 지하철 속에서의 박수소리는 너무도 이색적이고 가슴 뭉클하고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어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의 모습을 내 중심의 생각으로 좁혀지면 모두가 이기적으로 변하지만, 그 날의 지하철 안의 모습과 같이 배려하는 생각으로 넓히면 모두가 다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배려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바로 자신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울타리를 치고,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어지고 있는 요즈음에 작은 배려 하나는 엄청난 아름다움으로 우리들을 흐뭇하게 해줍니다. 약간의 불편을 참고 서로 배려하며 7인석을 8인석으로 만들어 동석한 그날의 그 분들은 아마도 그 날 하루는 즐거웠을 것입니다.
남을 위하는 마음은 작고 크고 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마음의 문을 열고 실행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일 것입니다.
그 날을 생각하면서 만약에 그 자리에 내가 있었더라면, 나는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 자문자답을 해 보지만 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음에 자성하며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려하는 사람은 언제나 넉넉하고 행복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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