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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운의 세상 사는 이야기.... 지하철 2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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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0일(목) 06:49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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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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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문경사랑 | | 병원 정기검진 때문에 가끔 서울 나들이를 합니다. 젊어서는 대중교통보다는 승용차로 다니기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특별한 볼일이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동서울 역에 내리면 지하철 2호선 강변역이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용하기에 아주 편리합니다. 오늘은 그 지하철 2호선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2호선 지하철은 시내 순환 열차라 늘 승객들로 가득차는데, 그날따라 의자가 드문드문 비어있는 조금 한적한 편이었습니다.
갖가지 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무스를 바른 머리는 보기에도 우습고 바짝 세운 빨간 셔츠 깃, 끝이 뾰족한 구두에 착 달라붙는 교복에 엉덩이가 보일 똥 말똥한 치마에 딱딱거리며 씹어대는 껌하며, 아무리 뜯어봐도 학생다운 면이라고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여학생 다섯 명이 자리에 않지도 않고 출입문 쪽에 모여서서 큰 소리로 웃으며 떠들어대고 있었습니다.
“야, 어제 한잔 꺾은 거 얼마냐? 뿜빠이 해야지?”
“얌마, 담에 네가 자리 또 만들면 되잖아, 뿜빠이는 뭐 얼어 죽을 뿜빠이?”
“그럴까? 야, 담에는 그 녀석들 불러내서 빼먹자.”
“그래, 그래, 야호야! 와!! 참 그 삐리니 한 놈 말이야 디따 우끼더라 히히!!!!!!”
“너네 다리를 자꾸 훔쳐보더라. 호호호 짜식 말이야 호호호”
집중되는 주위 시선을 즐기기라도 하듯 저희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에 재미가 있는지 목소리는 더욱더 커지고 하는 행동들이 기고만장 하였습니다.
전직 교장이라는 사명감(?) 때문에 좀 나무라야겠다 싶어서 일어서려는데 70 전후의 정장차림의 한 할아버지께서 가까이 다가가시더니 한 학생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미소 짓는 밝은 표정으로 아주 조용하게 말을 걸었습니다.
“학생, 아현역이 아직도 멀었는가?” 묻자 매우 못마땅하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며 “예.” 하며 한 여학생이 겨우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어르신네는
“내가 시골에서 올라와 초행이라 길을 잘 몰라서 그래, 좀 가르쳐줄 수 없겠나? 학생은 어디까지 가지?”
“전 그 담에 내리는데요?”
“오, 그래? 잘 됐네. 아이고, 반갑네 그려, 학생 덕분에 이젠 맘 편히 갈 수 있어. 정말 고맙네. 나도 학생들 같은 손녀딸이 셋이나 있거든?”
“학생들 이야기가 참 재미가 있어 보이는데 이야기 좀 할까?”
할아버지는 곧 다른 학생들과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조용해졌고 계속 이어지는 할아버지 말씀에 이제는 제법 진지한 자세로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숙이거나 끄덕거리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 목소리는 더 작아져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게 무척 아쉬웠지만 큰소리 한번 없이 다정하게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시던 그 모습이 정말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아현역이 다가오자 한 학생이
“할아버지, 이쪽 문으로 내리세요, 3번 출구로 나가세요.”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야, 저 할아버지 말씀이 진짤까? 머리염색이 그렇게 해로운가? 우리 오늘 당장 머리부터 바꾸자, 염색도 빼고…….”
“옷은 벗어서 동생 줘야겠다.”
“그래, 나도 내일부터 이 구두 안 신을 거야.”
불과 20여분의 시간이었는데 여학생들의 말투가 사뭇 달라져 있었습니다. 갑자기 지하철 안이 대낮같이 밝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외모만 보고 비행, 불량 청소년으로 결정지어버리는 어른들의 그릇된 판단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 할아버지께서 시끄럽다며 큰 소리로 야단을 치셨다면 어땠을지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지금까지도 그 분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아있습니다.
만약 그 때 그 할아버지가 아니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나도 그렇게 조용한 훈계를 하였을까 내 마음을 되짚어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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