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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의 엇박자

2009년 10월 19일(월) 13:31 [주간문경]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간문경신문

오늘은 우리들 결혼식장에서의 일들을 좀 이야기할까 합니다.
며칠 전에 친구 딸내미가 시집을 갔는데 주례를 보았습니다.
친구가 개혼(開婚)이고 공무원 사회에서는 제법 위치에 있는 장급(長級)이라서 그런지 축하객들도 많았습니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개혼(開婚)에는 하객이 많잖아요?
애경사(哀慶事)에 참석하는 것도 흔히 말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품앗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객(賀客)의 숫자가 많고 적음은 평소의 자기 생활과 직결이 되는 게 일반적인 일이지만, 높은 고위직에 있든지 사회 저명인사라면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감이 죽으면 부조가 천양이고 대감 댁 말이 죽으면 만양이다.”
참으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세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장에 가보면 하객들의 행동 때문에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혼을 축하하러 왔는지, 아니면 먹으러 왔는지 그 것도 아니면 계모임을 왔는지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식사시간이 훨씬 지나서 시장기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친구들끼리 오래간만에 만나다 보니 염불은 뒷전이고 잿밥에 마음이 쏠릴 수도 있겠지요.
또 손님이 너무 많아서 다른 하객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준다는 아름다운 마음에서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 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이는 행동 때문에 헷갈립니다. 부조금을 냈으니 내가 할 축하의 절차는 끝났다는 사고방식은 곤란합니다.
저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날이면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다 보지 못하고 친구들과 휩쓸려서 식당에서 동창회(?)를 하기도 하였으나 왠지 마음 한 구석은 개운하지를 않았습니다.
결혼식장에 도착하면 축의금을 전달하고 식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세상에 첫 걸음을 내딛는 새 사람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고, 식이 끝나면 혼주(婚主)에게 덕담도 몇 마디 건네는 것이 진정한 축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기사 살다보면 그 보다 더한 것도 눈 딱 감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뭐 그런 것을 가지고 별 소리를 다한다고 하면 딱히 할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것은 잘 못된 생각이 아닐는지요? 만약 당신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기본적인 마음에 심하게 때가 끼었든지 아니면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배가 고프고 친구가 좋아도 그렇지 다른 눈들도 있습니다.
더욱이 혼주와 친한 친구사이에 있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혼주를 무시하는 것이요, 다른 하객들을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친한 친구가 축하해주지 않고 식장을 외면한다면 그 식장 안에는 자기 식구들과 친척들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애경사(哀慶事)에는 사람들이 많아야 보기 좋고 사람 사는 맛이 나고 훈기가 도는 법입니다. 손님이 많고 적음은 애경사의 주인이 평소 어떻게 살았는가를 가늠해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텅 비어있는 객석을 바라볼 때 하객이나 혼주의 마음이 어떨까요?
또 한 가지는 식장 안에서는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간 만에 만나는 집안 대소가 사람들이니 얼마나 반갑고 보고 싶었겠습니까. 그러니 예식장임을 잠시 착각하고 정담을 나누는 것이 흠이 될 수는 없지요. 허나 식이 시작이 되면 바른 자세로 앉으셔서 결혼의 의미도 되새기면서 축하를 하는 것이 상식인데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보기가 참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관리입니다. 식장에서 식이 시작되면 휴대폰을 진동이나 잠시 꺼두는 것이 예인데, 그 것은 못할망정 버젓이 통화를 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가 딱합니다.
연설과 치마는 짧을수록 좋다며 주례사는 조금 하고 마쳐야 된다는 은근한 주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례사를 하는 시간이 길어야 3, 4분인데 그 시간이 지루하다면 그 보다 몇 십 배 몇 백배의 지루한 삶은 어떻게 참아낼지 참 궁금합니다.
워낙에 조급증이 많은 민족이요, 빨리 빨리가 몸에 밴 탓인지 뭐든지 번개 불에 콩 구워먹듯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새롭게 출발하는 신랑 신부에게 격려의 박수와 그리고 혼주에게는 위로의 말씀과 축하의 덕담으로 의미 있는 결혼식 풍토가 자리 잡기를 빌어봅니다. 고맙습니다.

편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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