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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都羅山)의 눈물

전경홍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동산가정의학과의원 원장

2009년 10월 17일(토) 11:44 [주간문경]

 

전경홍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동산가정의학과의원 원장

ⓒ 주간문경신문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경제 침체 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때, 북한은 남북 간의 협정을 일방적으로 다 깨버리고 대남 전면 대결 태세를 운운하며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저들은 도대체 무얼 믿고 저리 큰 소리를 치는 것일까. 북한의 상투적인 망언에 심사가 편치 않은 나는 얼마 전 중학교 동기들과 6·25전쟁을 상기시키는 임진각을 돌아보고 온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관광버스를 타고 번잡한 서울 도심을 벗어나 시원하게 뚫린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에 닿았다. 그곳은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산가족들이 몰려온다고 한다. 비록 북한 땅은 밟을 수 없지만 임진강 너머 고향땅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래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평화의 종이 있는 밑으로 철조망이 쳐져 있고 그 너머에는 기름진 논이 펼쳐져 있었다. 종각 왼쪽 자유의 다리 끝에도 더 이상 갈수 없도록 쳐져 있는 철조망엔 노랑, 빨강의 천 조각들이 빼곡히 걸려 있다.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이 북에 있는 혈육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천 조각에는 실향민들의 애잔한 마음도 함께 매달려 있는 듯 슬프게 느껴졌다.
철조망 저 멀리 도라산역까지 연결되는 경의선 교각이 보였다. 임진각 뒤쪽 통일공원에는 투르만 대통령의 동상이 있어 가까이 갔다. 우리 조국을 전쟁위기에서 구하기 위하여 많은 미군을 참전케 한 고마운 대통령이 아닌가. 인자해 보였다.
유엔군 참전비 앞에서 우리 일행은 잠시 묵념을 올렸다. 나는 문득 6·25때, 학도병에 자원입대 한 후, 소식을 모르는 형이 생각나 가슴이 아렸다. 그동안 어머님은 눈물의 세월을 보내다가 영원히 형을 가슴에 묻으셨다. 6·25전쟁은 분명 김일성이 일으킨 남침인 것을 우리는 몸소 겪었기에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방배단 주위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데 이북 5도 사투리가 다 들렸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는 슬픈 사연들을 서로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나이 지긋한 분들은 과거 참전 용사들 같은데 군복차림에 부착된 훈장을 가리키면서 목청을 높였다. 전쟁터에서 겪었던 사연을 회상하는 듯했다.
도라산역으로 가는 도로 주변에는 지뢰밭으로 위험 표시가 되어있어 우리는 말없이 그곳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검문소에서 헌병이 밝은 표정으로 검문을 하고 친절히 안내해 주어 긴장이 풀렸다.
철도 운행이 중단된 지 52년만인 2002년 2월 20일에 망배열차가 다시 운행되었다. 700여명의 이산가족을 태우고 임진강을 건너던 역사적인 날에 미국 부시대통령이 방문하여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도란산역에 우리는 도착했다.
도라산역은 경의선과 평부선의 철도역으로 경의선 역중 최북단이다. 우뚝 선 이정표에는 평양 205km라고 적혀있다.
대합실 구조는 훌륭했다. 그러나 이국땅도 아닌 동족이 함께 이용할 역인데 입국수속을 밟는 곳과 남북한 이산가족 면회소가 마련되어 있고, 북으로 가는 행선지와 시간표, 요금표시가 없다는 것이 몹시 유감스러웠다.
도라산은 경순왕이 신라 천년 사직을 고려 왕건에게 바치고 왕건의 딸인 낙랑공주와 결혼했는데, 공주가 마음이 우울한 경순왕을 위로하고자 그곳에 암자를 지었고, 경순왕은 산마루에 올라 경주 쪽을 바라보며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는 유래가 있다.
이 역에서 남북한 이산가족의 자유로운 면회가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면회가 이루어지기까지 너무 긴 세월이 흘렀다. 노령의 방문객들이 역사 주변에서 먼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했다. 그동안 일천만 이산가족들의 흘린 눈물이 얼마인가. 신라 경순왕이 도란산에 뿌린 통한의 눈물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분단 민족의 눈물이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된다.
도라산역이 남북한을 왕래하는 여객들로 들끓는 날은 언제 올까. 발길을 돌리려는데 철도 침목에 ‘이 철도가 한국 이산가족들을 연결하기를 바란다’고 부시 대통령이 쓴 글씨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혈맹국 수상다운 일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북의 통일은 우리 민족 모두의 염원이며 세계인의 관심사인데 북한은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서슴치 않고 육자회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점점 남북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북한의 김정일은 진정 전쟁을 세습하려는가. 하나님 이제는 간섭하소서.

편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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