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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ens Art

엄재국 화백 개인전에 부쳐

2026년 03월 06일(금) 17:16 [주간문경]

 

 

↑↑ 정창식
문경문화원 부원장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주간문경

 

“제가 10년 안에 세계 최고의 화가가 되겠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엄재국 화백은 거침이 없었다. 청중들은 작품을 설명하는 그의 말에 때로는 감탄하고 직설적이면서 진솔한 어투에서는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엄재국 화백은 우리 지역에서 성장하여 세계적인 무대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 작가이다. 사실, 그가 이름을 알린 것은 시인으로서였다. 그는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고 시집으로는‘정비공장 장미꽃’이 있다.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시작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의 시‘점촌역’은 역 광장에 시비로 남아 있다.

“저는 그림을 배우지 않았어요. 학생 때 미술수업 준비도 못해 갔어요.”

그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재학 중에 있지만 전문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함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현대적 미술의 완성은 기능적인 부분의 우열에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작가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유발하게 하는지에 따라서 좋은 그림이 결정된다고 한다. 이것이 그가 인식하고 있는 현대적 미술의 개념이다. 아니, 그가 지향하는 미술에 대한 방향성인 듯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에는 실험성 짙은 작품이 적지 않다. 그가 화가로서 주목받은 대표적인 작품이 ‘구토(嘔吐)’다. 이는 입에 머금은 물감을 캔버스에 뿜어내는 행위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2023년 작품의 가치를 인정한 서울의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초대전을 열어 미술계에 큰 방향을 울려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한국 현대미술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뉴욕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이제 독일과 중국 등에서도 초대전이 준비되어있다고 하니 사뭇 기대가 적지 않다.

“AI와 함께 노동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의 종언을 상징하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홉 번째 개인전에 찾아온 시민들에게 작품에 대한 소개를 아끼지 않았다.‘배면포섭’이라는 작품에서는 벼를 수매할 때 검사하는 칼로 캔버스를 찔러 원색의 물감들이 스며 나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정육점의 고기처럼 널려져 있는 그림들을 칼로 오려 무게로 가격을 책정하는 행위도 곁들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놀이, 즉 Ludnens 라고 표현했다. 개인전의 이름을 ‘Ludens Art’로 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술을 기능적 아름다움에 국한하지 않고 관람자들의 참여를 통해 감각과 의미에서 가치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걸 밟아 삐데보기도 하고 차 보세요.”

노란색 대형 면(綿)과 천으로 만든 작품에 직접 그린 딱지들과 공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는 우주를 상징하는 대형의 면과 천은 딱지로 넘길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공과 작은 딱지들은 우리의 의지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

“딱지를 쳐서 넘어가면 한 개씩 가지고 가세요.”

문득, 1960년대 뉴욕에서 가난했던 시절을 보내고 있던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이 떠올랐다. 백남준은 멸치 한 마리씩을 집어넣은 봉투를 해변가에서 뛰놀던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겉봉에는 ‘제발, 물고기를 바다로 보내주세요’라고 적었다. 사람들은 웃으며, 멸치를 바다로 던졌다. 훗날, 이때의 퍼포먼스는 백남준을 현대 예술의 거장의 평가받을 때 회자되는 일화가 되었다.

딱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힘껏 내리쳤다. 뒤집어진 딱지를 들고 작가에게 갔다. 그는 웃으며 사인을 해주었다.

그가 10년 안에 세계적인 화가가 되지 않아도 좋다. 그는 이미 훌륭한 화가로서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 그가 보여준 저 놀이예술, ‘Ludens Art’가 우리 문경시민들에게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작가가 직접 서명한 저 딱지와 함께 말이다.

3월 1일부터 15일까지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엄재국 화백의 9회 개인전 ‘Ludens Art’전(展)이 이렇게 열리고 있다. 새봄 많은 관람을 바란다.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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