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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사치

2026년 01월 30일(금) 17:03 [주간문경]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정부 업무(부처) 평가위원

ⓒ 주간문경

 

2026년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책들 중에는 2013년 이후 열네 번째 발행된 ‘라이프 트렌드 2026’(김용섭 저)이 있다.

이 책의 2026년의 핵심적 키워드는 ‘인간증명’과 ‘경험사치’이다. 인간증명은 AI와 로봇이 일상을 점령한 가운데 인류는 처음으로 ‘내가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난제에 봉착했다. 인간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요구이자 욕망이다.

AI와 가상 연애에 빠진 사람도 늘어가고, 가짜 뉴스와 가짜 계정에 여론을 조작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홍채 인식, 디지털 신분증 등은 단순한 보안 절차를 넘어 사회적 신뢰와 기회의 관문이 되었고,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태도와 행위는 오히려 차별화의 무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내가 관심을 가진 핵심적 키워드는 ‘경험 사치’이다. 평소 내가 추구해 온 행태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경험사치(experiential luxury)’란 소유보다 경험에 투자하며 사치(럭셔리)를 누리는 소비 패턴을 의미합니다.

자동차와 명품 가방․시계, 의류, 보석 등이 대표적인 사치 소비재이다. 이미 19세기부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고가의 사치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상류층 소비자들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올라도 사치품의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다는 그때 탄생한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인간의 사치에 대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으나, 다만 더 이상 물건 소유 중심으로 럭셔리를 소비하지 않을 수 있다. 럭셔리한 물건은 충분히 소유했고 사치제는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니, 이제 ‘무엇을 소유 할 것인가?’에서 ‘무엇을 경험 할 것인가?’로 그 무게 중심이 옮겨 갔다.

새로운 욕망의 중심이 여행과 예술, 식문화, 공간(건축․인테리어), 라이프 스타일 등 경험으로 옮겨 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경험 사치의 중심에는 여행이 자리 잡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2024년 8월 ‘비아(VIA) 신세계’라는 여행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정체한 백화점 매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2030 세대와 VIP들의 경험 사치를 공략하고 있다. 다루는 프리미엄 여행 상품은 1인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상품이 많은데, 유명 건축과와 함께하는 유럽 건축 투어, 유명 탐험가와 함께하는 북극 탐사, 세계적 모터 스포츠 관람, 웰니스 여행 등의 프로그램에 반응이 좋다.

그런데 나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험 사치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문경 촌놈이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고, 그 당시 문경중학교 동기 중에 서울예고로 진학하고 미대를 다니던 친구를 따라가 본 1970년대 후반 세종문화회관 개관과 함께 펼쳐진 오페라와 뮤지컬의 관람 경험은 대학 시절 내게 연구소 연구 보조원 알바로 돈이 생길 때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당시 대학생으로 드물게 경험 사치를 체험하게 하였고, 58년 개띠인 내가 20여 년 전 마일리지를 모아 국적기의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하여 6시간 싱가포르 비행을 하고 보니, 출발 전 라운지 이용, 비행 중 누울 수 있는 편안한 기내 석, 좋은 음식에 무제한 제공되는 술과 음료는 새로운 세계의 경험이었다.

이후 나는 좋은 옷을 사는 것도 시큰둥하여 모든 비용을 모아 해외를 나갈 때는 꼭 비즈니스를 타려 하고 세계를 다니며 호화 크루즈도 탄다. 올해 10월에도 모 여행사를 통하여 천만 원에 달하는 코카서스 3국 여행을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인 A380 비지니스를 타고 여행하려 벌써 예약해 놓은 상태이다.

나의 노후는 부부가 사학연금을 따로 수령하니, 저축을 안 해도 충분히 노년을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를 잡은 자식에게도 우리 부부의 노년은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부탁해 놓은 상태이다. 살아오며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 부모님 등 감사해야 할 사람이 많다.

전 세계를 다니며 멋진 곳 보고, 좋은 것 먹는 경험사치를 내가 부지런히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실천하려 한다. 경험사치란 트렌드를 나의 입장에서 실천한 것을 설명하려 하니 거북함을 느끼셨을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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