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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승이 아닌 직업인이었다

2024년 10월 29일(화) 17:13 [주간문경]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정부 업무(부처) 평가위원

ⓒ (주)문경사랑

 

지난 10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원회의에서 학교 측의 학생 휴대 전화 수거는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가 2014년 이후 유사한 진정 300여 건에 대해 일관되게 인권 침해로 판단했지만, 10년 만에 결론을 달리하였다. 휴대 전화 기능이 급속히 다양해지는데 비례해 이미 사이버 괴롭힘, SNS 과몰입, 딥 페이크 범죄와 연계되는 사례가 급증했지만 이를 고려하면 때늦은 감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교내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되었다. 독일과 네덜란드 정부를 비롯 이탈리아에서 2022년부터 교내 휴대 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11개 주에서 교내 휴대 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 중인데, 지난 8월 13일 캐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불안, 우울증 및 기타 정신 건강 문제 증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합리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라는 서한을 학부모들에게 보내며,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주법으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지난 7월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모든 휴대 전화와 스마트 위치를 사물함에 보관하거나 전원을 끄도록 하는 법안이 발효되었고, 이제 “학교 내 휴대 전화 사용금지”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동안 어린이․청소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그들이 성 착취․폭력․마약 콘텐츠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인식은 세계공통이기 때문이고, 세계보건기구는 휴대 전화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며 담배처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교육의 현장에서 학생 인권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 3월 1일 시행 된 경기도 학생 인권조례에서 시작되어 타 지자체로 옮겨가 학생의 권리가 강조되고, 학생들의 피해구제 절차가 포함되어 있으니 학생들이 보편적 인권보다는 상대적․자의적 인권만을 습득하여 양보와 배려, 조화와 협력을 배우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권리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2019년 개정된 학교폭력 예방법은 교육의 현장에서 중재를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도 금지옥엽 외동자녀가 많다 보니, 피해자든 가해자든 변호사를 선임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를 거쳐 행정심판과 행정소송까지 진행되니, 교사가 자체적으로 화해를 유도해서 처리하게 되면 자칫 학교폭력을 축소 은폐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징계를 받거나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가 보니, 방관자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전임교수로만 34년을 넘게 근무하고 작년에 퇴직을 했던 내게도 교수 초년생 시절보다 정년에 가까워질수록 학생 인권에 민감한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며, 교권보다는 내 자신의 안전만을 위해 근무했던 부끄러운 기억들이 있다. ‘90년대 중반 대학생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처음 등교하던 시절에는 강의 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하면 학생들에게 야단을 치던 내 자신이, 선생 말년에는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하기보다는 수업시간 내내 카톡을 주고받아도 모른척했고, 칠판에 강의 내용을 띄우면 필기를 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는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음이 나지 않게 촬영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상담을 하러 연구실에 올 때에도 학생들과 라포를 형성하고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는 연구실 문을 10cm 정도 열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가 들리는 분위기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특히 교수들이 학생들로부터 미투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진 상담 매뉴얼에도 나와 있다. 학생들이 교수 연구실에 찾아와 상담을 요청할 때면 본인의 프라이버시나 어려움을 얘기하고 격려받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상담을 끝내고 가는 학생에게 격려하고 등을 토닥거리던 분위기, 학부생들에게 소주 한잔 사주며 대화하던 시기는 교수 초년기에나 있었던, 나 역시 교권을 중시 여기고 바르게 이끌어주는 스승이기보다는 문제 없이 퇴직하려 했던 직업인이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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