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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이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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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6일(금) 08:44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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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정창식사무소 대표 | ⓒ (주)문경사랑 | |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유안이는 이제 다섯 살이다. 그래서 말이 많이 늘었다. 지난해, 어린이집 행사에서 또래 친구들과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보았다. 올해도 또래 애들과 춤과 노래를 했는데 그때와 적지않게 비교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함께하는 저녁 식사자리에서 갑자기 저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니 자기가 배운 노래를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들렸다.
그뿐이 아니다. 이제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데도 좀 더 분명해 진 듯 했다. 아이는 우리 집에 오면 간혹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한다. 제집에서는 색칠하는 놀이를 한다는데. 우리 집에서는 색연필로 그림만 그린다.
그러다가 무료해 보일 때쯤 아이에게 예쁜 공주 그림을 그려주어 색을 칠하라고 한다. 그때, 공주 그림이 예쁘게 그려지면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난 해에 유안이에게 동생이 생겼다. 유하다. 아이는 이제 돌이 지났는데 혼자서도 잘 걷는다. 그런 유하가 엄마 품에 있으면 심술을 부린다. 엄마가 자기를 안아주지 않으면 동생을 발로 차고 울기까지 한다. 어른들은 언니로서 의젓한 모습을 기대하지만 다섯 살의 유안이에게는 무리인 듯, 이때는 미운 동생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유하가 제 동생이고 가족임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제 엄마와 함께 하루종일 집을 비웠던 날이다. 집에 오더니 할머니 품에 있는 동생을 보고는 반가운 듯 다가와 손을 잡아준다.
아버지 제삿날이었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제삿상을 차렸다. 모두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술을 따라드리고 절을 했다. 그때, 유안이에게도 우리가 하는 제례(祭禮)를 하게 했다.
지난 해에는 털썩 엎드리듯 장난스럽게 절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때와 달랐다. 우리가 한 것을 익혀 둔 듯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 했다.
“참, 잘 했어요~”
아이에게 칭찬을 하고 제(祭)를 마쳤다. 차려놓은 과일과 음식을 정리하는 중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였다. 안해가 유안이를 부르는 것이었다.
“유안아, 할아버지하고 같이 밖에 나가서 소지하는 거 구경하자~”
소지(燒紙), 사전적 의미로 소지는 부정을 없애고 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하여 종이를 태워 공중으로 올리는 일을 말한다. 제례에서는 위폐에 적은 종이를 태우는 것을 말한다.
그랬다. 제사 후 언제나 그 일은 나의 몫이었다. 그리고 늘 아들들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우리는 감나무 아래에서 재를 하늘로 올리면서 아버지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소망했다. 이제 아들 대신에 유안이가 함께하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아이의 눈을 보았다. 호기심에 가득한 눈망울이 반짝였다. 아버지의 영혼이 깃들었다는 종이를 태워 하늘로 올렸다. 재가 된 종이는 높이 올라갔다. 유안이를 보았다. 아이도 언제가 제 아빠가 했던 것처럼 소망할 것이 분명하다.
“…열두 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유안이는 마치 열두 시가 되어 동대문과 남대문을 닫듯이 손뼉을 치며 노래를 마쳤다. 우리는 박수로 아이의 노래에 화답했다. 초가을 밤, 저녁이 짙어가고 있었다. 선한 바람이 우리 곁에 머물며 하늘 위로 올라갔다. 하늘은 둥근 달이 떠오를 기세인 듯 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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