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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템킨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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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금) 17:37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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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정부 업무(부처)평가위원 | ⓒ (주)문경사랑 | | 포템킨은 러시아 여제 예카테리나 2세 시대의 러시아 제국의 정치인, 관료, 군인으로 여제의 연인이었다. 1787년 여제가 4년 전 오토만 제국에서 새로 합병한 크림반도 시찰에 나섰을 때, 당시 이곳 총독이었던 포템킨 공작은 전쟁에서 피폐해진 이곳을 번영하는 곳으로 보이기 위해 여제가 배를 타고 지나갈 드네프르 강을 따라 아름다운 마을을 그린 나무판을 줄지어 세워 놓고, 여제가 지나간 뒤에는 즉시 세트를 철거해 다음 방문지로 옮겼다.
초라하고 추한 모습과 딴판인 가공의 장면을 연출하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 ‘포템킨 마을(Potemkin village)’이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권력자나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외부인을 속이며 치부를 분칠하는 사례는 많이 일어났다.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 가면 북한 개성시에 기정동 마을이 보인다. 인공기가 게양된 높은 탑을 제외하고는 빈 건물이 다수인 보여 주기식 건물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 건물인 북한의 유경호텔은 1987년 착공해 2011년 외장 공사가 끝났는데도, 경제 능력이 안 되니 내장공사에 손을 대기는커녕, 사실상 외관 과시용으로만 남아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식 포템킨 마을이라고 불리는 사례들이 여럿 있다. 2020년 1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당시 화성 동탄신도시 임대주택을 방문했을 때 전용 면적 44m²와 42m²의 두 가구가 있었는데, 대통령 방문 직전 인테리어를 새로 하여, 최신식 TV와 침대, 식탁, 소파, 벽 그림 등의 가구를 빌려 쓰는데 3300여 만원, 커피 머신, 조명․커튼 설치 등을 위한 공임비로 650만원을 썼다.
그 집을 보고 문 대통령은 “아늑하고 아기자기하다. 신혼부부 중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라고 했다. 그날의 보도자료 영상을 보니 아늑하기는 했다. 장식용으로 빌린 가구는 임대주택의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었다. 포템킨 공작은 전제 군주 한 사람을 속이려 했지만 이날의 임대주택 쇼는 탁현민 연출로 전 국민을 속이려 했다.
이처럼 보여주기식 행정을 전시행정(展示行政)이라고 한다. 한자의 뜻 그대로 액자 등을 벽에 붙여 놓아 생기는 미관 효과로 높으신 분들 보기에는 좋으나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이나 손해는 다 세금으로 메꿔야 하기에 결국 이는 국민들의 희생이다.
1995년부터 시작된 초기 지방자치 시절, 지방자치를 전공하는 교수들 사이에서는 당시 조폭시장이라는 말이 공유되었다. 조직폭력배 출신 시장이 아니라 조경과 폭포 건설 등에만 신경 쓰는 시장이라는 의미로 ‘조폭(造瀑)시장’이었다.
뒷골목은 엉망이고, 써야 할 곳이 많은데도 공원 조성과 멋진 폭포를 만드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갔고, 그러한 공원에 설치한 다양한 조형물은 정해진 가격이 없어, 작가들과 결탁하여 엄청난 비용으로 계약하여 뒷돈을 받아 본인의 차기 선거 자금으로 썼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던 시절도 있었다.
2005년에 충청북도와 괴산군이 만들었던 둘레 17m의 가마솥이 있다. 당시 5억 3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는데 20㎏의 쌀 200포대로 밥을 지을 크기의 가마솥을 만들어 군민 3만 8천명이 한 식구처럼 나눠 먹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꺼번에 제대로 밥이 지어질리도 없었고, 작년에 괴산군은 방치된 가마솥 활용 아이디어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했는대 ‘실패 박물관’ 등의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기존 검토안과 별반 다를 게 없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였으니 처리 곤란의 애물단지가 되어 남아있다.
울산광역시가 천주교 성지에 ‘세계 최대 성경책’을 조성하고 대왕암 공원에는 랜드마크로 거대 부처상을 조성하려는 사업을 작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역점 신사업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5억 원을 들여 진행하자, 종교 관련 시설물에 세금을 투입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일었다.
시대가 변하고 장소는 바뀌어도 우리나라 곳곳에 포템킨 마을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판 포템킨 마을의 전시행정을 없애려면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감시하고 심판해야 한다. 이를 바로 잡을 이는 오직 국민뿐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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