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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2024년 07월 30일(화) 17:01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정창식사무소 대표

ⓒ (주)문경사랑

 

이슬은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힐 때 청초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아침이슬을 진주보다 더 곱다고 노래했다. ‘아침이슬’을 지어 불렀던 가객 김민기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영원한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추모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김민기라는 이름을 수식하는 형용사는 다양하다. 그는 가수였지만 정작 사람들 앞에서는 직접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노랫말을 짓고 곡을 만드는 이른바 ‘싱어 송 라이터(singer song writer)’였다.

그래서 그가 만든 곡들은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지은 ‘친구’에서 부터 ‘늙은 군인의 노래’, ‘봉우리’, ‘백구’, ‘공장의 불빛’, ‘가을편지’, ‘아름다운 사람’, ‘그 사이’, ‘작은 연못’, ‘내나라 내겨레’ 등 대부분 귀에 익은 노래들이다.

특히 노동자들의 결혼식 축가를 위해 지었다는 ‘상록수’는 IMF 당시 박세리가 미국 프로골프대회(LPGA)에서 우승했을 때 광고 배경음악으로 국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김민기를 떠올리면 무엇보다 ‘아침이슬’이 떠오른다. 1971년 가수 양희은에 의해 세상에 알려져 다음 해 바로 금지곡이 되었다. 비록 1987년 해금되었으나 ‘아침이슬’은 대학생 시위현장에서 가장 많이 불려진 곡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아침이슬’이 어느 정도의 국민 애창곡이었는지를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1987년 연세대 이한열 학생이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추도식이 열렸는데 학생과 시민들이 구름처럼 모였다고 한다. 수만 명이 운집된 상황에서 하나로 결집하게 한 노래가 저 ‘아침이슬’이었던 것이다. 앞서는 이 없이 모두 하나 되어 ‘아침이슬’을 불렀다고 한다.

“작게 쓴 것이 울림이 너무 커져서 부담이 됩니다.”

김민기는 ‘아침이슬’을 다른 곡들처럼 일상의 과정에서 사소히 만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곡이 시대적 상징이 되고 있는 상황을 조심스러워하며 겸손해했다. 7,80년대 암울한 상황에서 정착하지 못했던 그는 1991년 문화공연기획가의 길로 들어섰다.

우리나라 젊은 문화의 중심지 대학로에서 소극장 학전(學田)을 개관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뮤지컬 ‘지하철1호선’이 4,000여회 공연되고,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공연이 1,000회 열리는 등 학전은 대한민국 젊은 공연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너희들은 앞것이고 나는 뒷것이야.”

학전(學田)은 황정민, 설경구, 장항선, 조승우, 윤도현, 박학기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배우와 가수들을 배출하였다. 그때 그는 늘 스스로를 뒷것이라 하며 공연자들을 격려하고 대했다고 한다.

모든 수익을 공개하고 공연자들보다 자신의 수입을 낮게 가져갔다. 그러나, 공연자와 작품의 가치에 우선한 경영은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설립 33년만인 올해 3월에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가사를 짓다가 ‘… 그의 시련’이라는 말에서 막혀버렸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아침이슬’ 곡을 만든 일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시련’을 ‘나의 시련’이라고 바꾸니 바로 풀렸다고 한다. 어쩌면, 이처럼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마음이었기에 대한민국 문화계의 시대적 아이콘이 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침이슬’의 이어지는 노랫말을 보며 그가 이렇게 말하고 떠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그러나, 그가 갈 곳은 ‘저 거친 광야’가 아니라 이제는 ‘아름다운 꽃밭’임이 분명하다. 그동안의 서러움 모두 버리고 편안히 영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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