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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2024년 03월 19일(화) 09:44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정창식사무소 대표

ⓒ (주)문경사랑

 

꽃이 피었다. 봄꽃이다. 날 선 추위와 인고의 긴 시간을 지낸 꽃은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

며칠 전, 사무실에서 꽃을 보았다. 호주가 원산인 ‘긴기아난(蘭)’이라는 난초과의 꽃이다. 아마도 2월 중순 무렵이었을 듯하다. 그때부터 반달 모양의 꽃망울이 맺더니 3월부터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활짝 개화를 한 것이다.

기다림이 오래여서일까. 반가웠고 고마웠다. 꽃에서는 진한 향기가 났다. 덕분에, 아침이면 창가에 에서 꽃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오늘 아침에 마당을 나갔다. 문득 지난 휴일 꽃망울을 맺은 홍매화가 떠올라 그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개화를 했다. 가지마다 꽃이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키 작은 크로커스도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노랗고 짙은 가지색 꽃을 피어냈다. 수선화도 마찬가지다. 겨울 동백도 늦었지만 곧 붉은 망울을 터뜨릴 기세에 있다.

담 밑에서 가장 먼저 홀로 핀 ‘영춘화(迎春花)’는 조금은 애처로워 보였다. 아마도 이름처럼 성급하게 먼저 봄을 먼저 맞이한 때문일 듯하다. 그때 뒤뜰의 산수유가 떠올랐다.

언젠가 소설가 김훈은 그가 지은 수필집 ‘자전거 여행’에서 저 산수유를 보고 이렇게 표현했다.

“…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있다.”

역시, 산수유는 만개해 있었다. 그러나 김훈의 저 표현같이,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뒤뜰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산수유는 정말 그렇게 보인다. 그리고 산수유는 언제 피었는지 모르듯이 또, 언제 지는지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김훈은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고 했다.

캐나다의 추장이면서 배우였던 ‘댄 조지’는 자신이 지은 시(詩)에서 꽃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했다. ‘어쩌면’이라는 시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어쩌면 꽃들이 아름다움으로 너의 가슴을 채울지 몰라 …”

봄꽃 뿐만이 아니다. 우리들이 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기쁨과 즐거움이다. 그리고 희망이다. 그것은 꽃의 아름다움이 가슴을 채워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들이 봄꽃에서 느끼는 감회가 남다른 것은 겨울을 지난 뒤에 맞이하는 꽃의 절절한 아름다움에 있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시어(詩語)를 이어간다.

“어쩌면 희망이 너의 눈물을 영원히 닦아 없애 줄 거야 …”

겨우내 우리가 기다린 것은 따뜻한 봄볕과 그 둘레에서 뿌리를 자강(自强)하며 개화를 준비하던 꽃들의 아름다운 향연(饗宴)이다. 그 애절했던 갈망으로 우리들의 봄꽃은 더욱 아름답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제 꽃은 피고 있다. 개나리와 진달래, 튤립과 모란 그리고 작약 등 많은 봄꽃들이 우리의 가슴을 아름다움으로 채워 줄 것이다. 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침묵이 너를 강하게 만들거야”

다만, 우리는 바라보며 감상할 밖에. 그리고 봄꽃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 나아갈 뿐.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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