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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수(般若水)

2024년 01월 19일(금) 16:49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정창식사무소 대표

ⓒ (주)문경사랑

 

휴일 사불산을 내려오면서 묘적암(妙寂庵)을 찾았다. 적멸(寂滅)의 고요함으로 반야(般若)를 일깨우는 천년의 수행처. 언젠가 윤필암 사불전 뒷담 넘어 호젓이 걷던 길 끝에서 만났던 암자. 산우(山友)들과 낙엽을 밟고 지나다 ‘출입금지’ 푯말에 바라본, 기와지붕이 유난히 예뻤던 절(寺).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마음에 그렸던 그 묘적암(妙寂庵)이다.

“묘적암은 고려말 나옹화상께서 출가한 절입니다.”

차실에서 스님과 차를 나누었는데, 스님은 묘적암이 신라말 부설거사에 의하여 창건되었다고 그 유래를 설명했다. 그리고 고려말 나옹화상에서부터 근대불교의 대선사였던 경허스님과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서옹, 법전스님과 선승이었던 청담, 일타스님 등 현대에 이르기까지 큰스님들의 수행의 적정처였음을 강조하였다.

“연세가 드신 불자님들이 큰스님들이 거처했던 방을‘조당’이라고 부르는 거에요.”

그랬다. 대승사(大乘寺)의 작은 암자인 묘적암에 큰스님들의 영정을 모신 조사당(祖師堂)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 나이 많은 불자들이 성철 스님 등 옛 고승들이 거처했었던 방을 조사당을 줄인 ‘조당(祖堂)’이라 부른다고 한다.

더구나 방에 들어가 이불을 향해 절을 하는 모습이 낯설었다고 한다. 그들은 성철, 서옹, 일타스님들과 이곳에서 인연을 함께 나누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저렇듯 종교적 표현을 지금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화는 묘적암만이 가지는 소중한 에피소드이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또 있다. 스님의 차실 창문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아늑하면서도 고즈넉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창문 너머 큰 나무들이 고사(枯死)한 채로 서 있다. 불자들은 멀쩡했던 큰 나무들이 저렇듯 고사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했다고 한다. 대체적인 의견들이 평소에 고사목들이 절에서 바라보이는 ‘사불바위’를 가렸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작용되었다는 것이다.

사불바위는 윤필암 사불전(四佛展)의 주불(主佛)이다. 사불전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는데, 사면에 불상이 새겨진 사불암(四佛巖)을 불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묘적암의 불자들도 나무 사이로 보이는 사불바위를 은연중 불상으로 모시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한 결과물이 저 고사목이라고 믿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일화들로써 묘적암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것들은 묘적암의 종교적 신비와 공덕을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시그니처일 뿐이다. 무엇보다 묘적암은 천여 년의 세월 동안 한날도 쉬지 않은 선승들의 수행처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느 선승의 수행이라도 절대 가볍지 않고 허투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일심(一心)이라고 한다면, 절 마당 바위의 글자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이게… ‘일(一)’ 자이고 이렇게… 마음 ‘심(心)’입니다.”

절 마당에 장방형의 바위가 담 쪽으로 놓여 있는데 스님의 손을 따라 가면 ‘일심(一心)’으로 읽게 된다. 자연적인 현상이겠지만, 묘적암에서 수행하는 선승들에 대한 어떤 경계의 의미임을 믿고 싶은 것이다.

“간수령담반야(磵水泠泠談般若) / 졸졸졸 흐르는 바위틈 샘물은 반야의 설법을 말해주네.”

스님은 주련의 글귀를 설명하면서, 절 밖 바위틈에서 흐르는 샘물을 반야수(般若水)라 부른다고 했다. 반야는 불교 수행의 궁극에 이르는 지혜를 말한다.

스님에게 합장하고 산문을 나섰다. 절 밖에는 등 굽은 소나무가 객(客)을 배웅하듯 서 있었다. 바위틈에서 흐르는 반야수 한 모금을 길어 마시고 총총히 산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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