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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2023년 10월 06일(금) 16:22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정창식사무소 대표

ⓒ (주)문경사랑

 

달항아리는 달을 닮은 항아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달항아리는 어떤 용도로 사용하였을까. 자료에 의하면 기름이나 꿀과 같은 액체 혹은 곡식을 담는 저장용 또는 꽃을 꽂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렇지만 의외로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고려시대 청자인 매병(梅甁)이 기존의 예상과 달리 꿀과 기름 등 음식을 담는 용기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충남 태안반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마도선의 매병 유물로 밝혀졌듯이 말이다.

“… 아무런 장식도 고운 색깔도 아랑곳할 것 없이 오로지 흰색으로만 구워낸 백자항아리.”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이 수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달항아리를 정의한 말이다. 그는 다시 자세하게 달항아리를 표현했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도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혜곡 선생은 사람들에게 백자호니 백자대호니 하지 말고 그냥 달항아리로 부르면 어떠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리고 백자대호(白磁大壺)를 기회 있을 때 마다 ‘달항아리’로 이름 불렀다고 한다. 그 덕분에 우리들은 달을 닮은 저 항아리를 ‘달항아리’라고 주저 없이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름 지어 부른 이후 일반화되기에는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다. 2005년 고궁박물관이 개관되면서 첫 전시제목이 ‘백자 달항아리’였다. 이윽고 2011년 국보 명칭이 ‘백자 달항아리’로 명명되기에 이른 것이다.

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보름달이 떴다. 저 둥근 달을 보면 떠오르는 것이 혜곡이 이름 붙인 조선의 백자대호, 달항아리이다. 그 중에, 재일교포 정조문 선생이 소장했던 달항아리가 떠올랐다. 정조문 선생은 우리 지역과 가까운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가 고향이다. 본향이 동래 정씨인 그는 여섯 살 때인 1924년 부모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어렵게 생활하다가 나름 경제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그러던 중 일본의 어느 고미술상 가게를 지나다가 쇼윈도우에 있던 백자 항아리를 보게 되는데, 이때 그는 알 수 없는 이끌림에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주인으로부터 그것이 조선의 이조 백자라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백자 달항아리, 조선의 도자기와 유물 등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평생 모은 유물들을 모아 교토에 고려미술관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여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그가 고미술상에서 처음 보았던 백자 항아리를 보고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이끌림이다. 그는 집에 돌아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다. 아마도, 헤곡 선생이 정의한 달항아리 즉,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도 순진한 아름다움”에 더 없는 정(情)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아무런 장식도 고운 색깔도 아랑곳할 것 없이 오로지 흰색으로만 구워낸 백자 항아리와 심한 사랑에 빠진 그는 며칠을 고민하다 집 두 채 값에 달하는 그 백자 항아리를 할부로 구입한다.

정조문의 달항아리 이야기를 접하면서 달항아리의 가치를 우리 밖에서 더 높이 인식하고 평가하고 있다는 자각이 먼저 든다.

하여 언젠가 정말 기회가 된다면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에서 우리 지역 작가들의 달항아리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을이 깊어가는 가을, 한가위 둥근 달은 크고 선명하였다. 그리고 아무런 장식도 고운 색깔도 아랑곳할 것 없이 오로지 흰색으로만 구워낸 백자 달항아리와 겹쳐 보였다.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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