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백합부(百合賦)
|
|
2023년 06월 30일(금) 17:05 [주간문경] 
|
|
|

| 
|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 ⓒ (주)문경사랑 | | “지금은/ 긴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마당 한켠에 백합(百合)꽃이 피었다. 처음에는 꽃망울이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다. 그 오랜 침묵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백합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긴말을 하고 싶지 않다던 백합은 그날부터 나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 대화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졌고 잦아졌다. 그리고 백합은 더 많이 피어났다.
시인 이해인 수녀는 ‘백합의 말’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당신을 만나/ 되살아난 목숨의 향기// 캄캄한 가슴속엔 당신이 떨어뜨린 별 하나가 숨어 살아요.”
백합의 순수한 우리 말은 ‘나리’다. 백합은 장미, 국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꽃이다. 우리나라에서 백합인 나리를 지칭하는 이름은 너무나 많다. 하늘을 향해 피면 ‘하늘 나리’, 가운데를 바라보면 ‘중이 나리’, 아래를 내려다보고 피어 있으면 ‘땅 나리’ 등으로 부른다. 그 외에도 말 나리, 하늘말 나리 등이 있다. 그런데, 백합은 모양도 아름답지만 향기가 진하다.
언제부터 우리 집 감나무 밑에서 터를 잡은 백합은 여름꽃인 원추리보다 먼저 피는 6월의 꽃이 되었다. 그래서 이른 아침 마당에 나오면 백합 향기에 이끌리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아스라한 이른 새벽이거나 캄캄한 늦은 저녁에도 백합이 보이지 않아도 백합이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된다.
“당신의 부재조차/ 절망이 될 수 없는/ 나의 믿음을// 승리의 향기로/ 피워 올리면// 흰 옷 입은/ 천사의 나팔 소리”
백합은 순결과 변함없는 사랑을 상징한다. 흰 옷 입은 순결한 천사가 나팔을 부는 상상은 시인의 시어로 그래서 적절하다.
백합꽃은 크고 여섯 개의 꽃부리로 갈라지는데 수술은 가닥이 많지 않아 단순하다. 그래서 다른 꽃들에 비하여 꽃의 구조가 담백하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으로 사람들은 백합을 보고 순결을 떠올리는지 모른다. 보통 키가 30~100㎝인데 우리 집 백합은 1미터를 훨씬 넘는다.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란 때문에 남달리 큰듯하다. 그에 비례하여 꽃도 크다. 그래서, 우리 집 백합에서 시인의 시어처럼 흰 옷 입은 순결한 천사가 나팔을 부는 상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백합의 뿌리는 약재로도 사용하는데 알뿌리로 번식을 한다. 이른 봄이었다. 감나무 밑을 호미로 헤쳤다. 낙엽이 쌓여 지저분한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호미로 낙엽을 긁다가 어떤 뿌리를 건드렸다. 그런데, 빨간 구근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마치 살아 있는 듯 생기가 넘쳐나 보았다. 봄기운을 머금은 구근은 생명의 온기가 가득했다. 마치 부활하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주변의 흙과 낙엽들로 다시 덮어주었다. 바로 백합 뿌리였던 것이다.
백합은 변함없는 사랑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데 변함없는 사랑은 곧 부활하는 영원한 생명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시인이 노래한 시, ‘백합의 말’의 결구를 들어보자. 시의 제목에서 눈치채듯 마지막 시어는 결국 ‘백합의 말’이 된다. “긴말을 하고 싶지 않다”던 백합이 우리들에게 선언하는 자기 고백인 것이다.
“나는 오늘도/ 부활하는 꽃이에요.”
이른 아침, 나의 발길은 백합 향기를 맡으며 감나무 아래로 향한다. 오늘 하루도 부활하는 꽃과 함께 한다.
|
|
|
|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주간문경을 읽으면 문경이 보인다.” - Copyrights ⓒ주간문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주간문경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간문경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