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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古家)에 깃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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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20일(화) 17:15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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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 ⓒ (주)문경사랑 | | 몇 년 전 어느 여름날, 지인들과 안동의 고가, 서원을 찾았다. 낮 동안 무거웠던 바람도 깃털처럼 가벼워져 서원의 넓은 누각을 드나들었다. 둘러보니 나무 아닌 문이 없고 나무 아닌 기둥이 없다. 고개 들면 수백 년이 넘었을 추녀와 서까래도 옛 그대로 옛 나무다.
수백 년 전 이곳에서 글을 읽고 학문을 궁구하였을 선비들과 옛사람들의 자취를 어둠 속에서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청마루의 차가운 감촉이 한여름을 더욱 시원하게 하는 지금, 이 고택 나들이는 정말 호사(好事)가 아닐 수 없다.
사찰에서 운영하던 불교 교리 종강 기념으로 모인 곳은 안동시 남후면에 있는 고산서원(高山書院)이었다. 고산서원은 18세기 유학자인 문경공 대산 이상정(文敬公 大山 李象靖)선생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1789년(정조 13년)에 지어졌다. 선생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머물러 성리학을 연구하며 후진을 양성하였는데 등록된 제자만도 273인이나 된다고 한다.
고산은 시경의 “높은 산을 보고 큰 도를 행한다”에서 유래되는데, 선생의 고상하고 숭고한 덕행을 기리는데 의미가 있다. 서원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크고 격식을 갖추었으며, 특히 동재와 서재의 양 끝은 개방된 마루를 두어 주변 경관을 음미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수원과 구미, 점촌과 안동 등지에서 안동병원 앞에 모인 사림들은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서원의 동재와 서재 등에 각자의 여장을 풀었다. 안해와 함께 우리는 동재에 있는 끝 방을 배정받았다.
그리고, 서원의 강당으로 사용되었던 호인당(好仁堂)에 모여들었다. 그곳에서 먼저 한 일은 서로를 더욱 가깝게 하는 일이었다. 서로 정을 주고받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3개월 동안 주 1회씩의 만남이 묵은 정으로 켜켜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원들의 배려 깊고 정감있는 대화와 끝 모를 노래는 자리를 즐겁게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을 위해 마련한 현대판 윷놀이는 모두를 취하게 하였다. 윷말 가는 길 곳곳에 술을 마시도록 해두어 별도의 술자리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지나던 바람이 호인당에 오래 머물고, 별빛도 꺼져갈 때쯤 잠시 자리를 정돈했다. 안동에서 찻집을 운영하던 지인의 찻(茶)자리 순서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갈한 찻잔과 맑고 연한 찻물 그리고 때론 진한 찻물들이, 둥근 원을 그리듯 앉아 있는 우리들에게 찾아왔다. 그이의 차에 대한 이야기와 열정을 살피면서 차를 마셨다. 담백하거나 때론 단 듯한 차맛이 입 안에 고이다 사라졌다.
사실, 지인들과 서원에 모였던 것은 서로를 알고 정을 쌓기 위함이었다.
그날, 호인당 너른 강당의 마루에 앉아 문득, 우리 지역의 고가가 생각났다. 그리고, 깊어가는 여름밤에 이처럼 우리 지역의 어느 고가에서 차 한잔 마실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떠오르는 마땅한 고가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곳 고산서원은 어느 문화단체에서 안동지역에 있는 오래된 고가들을 관리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생각나는 곳이 떠올랐다. 주암정이었다. 이제 칠월이 되면 연못에 연꽃이 피게 된다. 주암정의 연꽃은 주암연화(舟巖蓮花)라는 이름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한 여름밤에 주암정에 앉아 연꽃을 바라본다면 고산서원의 정취보다 절대 못하지 않을 터이다.
그래, 한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한 주암정 할아버지에게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다. 달빛 고운 여름밤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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