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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의 주련(柱聯)

2023년 05월 31일(수) 17:10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 (주)문경사랑

 

녹음이 짙어가고 있었다. 경내에서 바라본 풍경은 온통 푸르름이었다. 몇 년 전 이곳에서 보던 나뭇잎은 연두색이었다. 지금은 성하(盛夏)의 여름으로 성장(盛裝)하는 중이기에 그때보다 숲이 더 우거진 느낌이었다. 차실을 지나 극락전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올라섰다. 극락전은 신라 헌강왕 5년(879년)에 지어진 건물로 보물 제1574호이다. 오늘 우리가 방문한 봉암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각이다.

일행과 함께 대웅전을 찾았다. 원래 절의 중심인 대웅전은 천년고찰을 상징하는 일주문인 봉황문(鳳凰門)에서 속세와 별리하고 다시 옥류(玉流)를 가로지르는 침류교(枕流橋)를 건너 경내로 진입하는 것이 제격이다. 그러면 희양산 화강암 바위의 기세를 누르는 듯 천여 년 동안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는 삼층석탑과 바로 마주할 수 있다.

삼층석탑의 전체적인 비례미와 탑신의 고아한 선(線)들은 다른 탑들의 그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더구나 천여 년 동안 온전히 남아있는 상륜부의 형태는 우리나라 현존하는 탑들의 원형으로 삼고 있다. 탑의 배경이 되는 금색전(金色殿)은 부처를 모시는 대웅전이었다. 금색전의 오른편에 있는 것이 지금 일행들과 함께 찾은 대웅보전(大雄寶殿)이다.

향토문화연구소에서는 그동안 우리 지역의 사찰과 정자와 재사 등의 기둥에 있는 주련(柱聯)들을 조사해왔다. 그리고 지난 5월 초에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양재동 연구소장과 봉암사를 담당해온 전태식 연구위원을 비롯한 여덟 분의 위원들이 이렇듯 대웅보전을 찾은 것은 이유가 있어서다.

한 해 동안 절차탁마하며 연구 조사한 향토사료집 제33호 ‘문경의 주련’을 우리 문경의 대표적인 고찰인 봉암사 측에 전달하기 위함이다. 사찰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먼저 부처님께 봉헌하는 예를 갖추고자 하였다. 예를 올리면서 대웅보전 기둥에 세워져 있는 주련의 글귀가 떠올랐다.

“…광대한 원력 구름 같아 항상 다함이 없으니/ 넓고 넓은 깨달음의 바다 아득하여 끝이 없네…”

어쩌면, 처음부터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작업들이 하나의 원력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주련의 글귀처럼 봉암사 부처님의 가피력 덕분인 줄 모를 일이다.

“스님들도 사찰의 주련에 대해서 자세하게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봉암사를 비롯한 가은읍의 주련을 담당해온 전 연구위원의 말은 새삼 주련 해석의 어려움을 일깨워주고 있다. 자료집에는 꼼꼼하고 자세한 풀이와 설명 그리고 연구위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어 찍은 사진들을 다양한 색으로 담아내었다. 비록 455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자료들이지만 일목요연하게 도안으로 정리하여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순전히 편집과 집필자들의 내공 때문이다.

향토문화연구소에서는 그동안 ‘문경의 옛모습과 이름’, ‘문경의 마을’, ‘문경의 누대정재각’ 등 많은 향토사료들을 발굴하여 편찬하였다. 우리 지역의 향토사료들을 연구조사 편찬함으로써 이를 후대에 계승토록 하는 역할은 지역문화의 영속성 측면에서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문경의 주련’ 출간 이후에 다음의 일을 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된다.

“우리 문경은 길의 고장입니다. 그 길은 산이 많은 문경에서 고개와 떼놓을 수 없기도 해요.”

지난 해, 회의에서 어느 연구위원이 하던 제안이었다. 그때 이미 다음에 정해질 향토사료집의 방향이 정해졌었는지 모른다. 그렇다. 문경새재에 있는 옛길 박물관을 상징하는 모토이면서 우리 문경을 설명하는 또 다른 표현이 ‘길 위의 역사 고개의 문화’이다. 그래서 다음에 마주하게 될 문경의 고개에서 선조들의 일상의 궤적을 확인하는 작업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 될 듯하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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