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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예쁜가요

2023년 05월 19일(금) 16:23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법무사

ⓒ (주)문경사랑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새색시 꺾어들고 창가를 지나네
빙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

모란이 지고 함박꽃(작약)마저 떨어지는 입하 즈음에 옛 한시(漢詩) 한 구절을 읽었다. 처음에는 현대시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시인의 이름을 보고 한시를 번역한 시임을 눈치챘다. 고려시대의 명재상이면서 대문호인 이규보(1168~1241) 시인의 시다. 제목은 절화행(折花行)이다.

풀이하면 ‘꽃을 꺾으며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화려하고 어여쁜 모란을 들고 신랑에게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라고 묻는 신부의 기대에 찬 물음이 우리들을 궁금하게 한다. 좀 더 읽어보자.

『짓궂은 신랑 장난치기를/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꽃이 더 예쁘단 말에 토라진 새색시/ 꽃가지를 밟아 뭉개고는 …』

갓 결혼한 신랑 신부의 고운 사랑놀음을 간결하고 쉽게 연출한 시인의 솜씨가 대단하다. 아마도 한문학자가 번역한 시를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좀 더 다듬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가 실린 책의 제목이 ‘김용택 시인이 필사하고 싶은 시’이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옛사람의 마음과 요즘 사람의 마음이 전혀 차이가 없음이다. 창가를 지나는 신부가 “꽃이 예쁜가요?”라고 물었을 때, 신부는 당연히 “당신이 예쁘지요.”라고 신랑이 답해주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니,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라는 예상치 못한 신랑의 대답에 신부는 토라져 버렸을 수밖에. 이즈음에 우리들이 새초롬하게 토라진 새색시의 입술을 연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새색시의 그 솔직한 마음이 시공을 초월한 오늘에도 우리들에게 와닿고 있다.

이때 신부는 그 예쁜 꽃가지를 밟아 뭉개버렸는데 정말 그 뒤의 전개가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꽃가지를 밟아 뭉개고 나서 신랑에게 던진 신부의 마지막 말 한마디는 무엇일까.

“꽃이 저보다 예쁘거든
오늘 밤은 꽃과 함께 주무세요.”

조선시대 유교적 사회에서는 신랑에게 말하기 어려웠을 저 진솔한 신부의 반격이 오늘의 우리들에게 정말 유쾌한 선물이 된다. 그리고 이규보가 살았던 고려시대 남녀간의 속절없는 저 시에서 우리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의 공식과 만나는 즐거움을 얻는다.

시를 읽고서 책의 제목처럼 비어있는 여백에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몇 번을 보고 또 보았다. 그럴수록 입가에 미소만 더 번질 뿐이었다. 그런데, 이 시를 가사로 지은 노래가 있다. 산울림의 김창훈이 지어 부른 노래였다. 노래의 가사도 이 시와 같았다. 노래도 시를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옛사람들은 꽃을 소재로 사랑을 노래했다. 이 시도 그렇다. 조선시대 황진이(1506~1543)의 시 ‘소세양 판서를 보내며’라는 시이다.

“… 흐르는 물은 거문고와 같이 차고/ 매화는 피리에 서려 향기로워라
내일 아침 님 보내고 나면/ 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이규보가 살았던 고려 시대와 300여 년의 간극이 있는데 시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풍속적 상황이 무척 다르게 다가온다.

춘서(春序)라고 했다. 봄꽃이 순서에 따라 피고 지는 것도 이치를 따름인데 이제 봄이 아니라 여름의 문턱에 들어섰다. 입하가 지난 것이다. 그래서 봄꽃들이 서둘러 지고 있다.

황진이의 표현을 빌려, 정말 내일 아침도 봄꽃 보내고 나면 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음을 어찌할까. 다만 봄이 떠나는 아쉬움을 이것으로써 맺을 뿐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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