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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

2022년 11월 08일(화) 16:46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이제 가을도 늦은 만추(晩秋)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까지 출근길 상주 북천변(北川邊)의 단풍은 감탄과 경이로운 모습들이었다. 천변(川邊)을 따라 울긋불긋한 단풍은 마치 동천(洞天)의 세계 같았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단풍잎은 떨어지고 있었다. 찬란(燦爛)은 순간이다. 시인 이병률은 그의 시집 ‘찬란’에서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고 하였지만, 어쨌던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찬란스러움은 길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집 대문가에는 가을꽃이 으스러지고 있다. 하얗고 노란, 그리고 붉은 국화꽃들은 이미 색이 바래지고 있다. 보라색 ‘꽃범의꼬리’ 꽃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둥근꿩잎의비름’만이 돌(石)에 의지하여 짙은 분홍색 꽃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꽃과 잎이 스러져도 우리를 감탄케 할 찬란한 성장의 시간은 다시 돌아온다. 두 해 전 마당 한 켠에 심었던 ‘바늘귀꽃’도 그렇다. 서너 개 정도였던 꽃들이 겨울에 보이지 않더니 봄마다 싹이 올라 내내 꽃이 피었다. 노란색 ‘마리골드’꽃도 마찬가지다. 말라버린 줄기를 뽑아 주변에 씨를 뿌렸더니 봄부터 꽃밭에 가득해졌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이처럼 겨울이 오기 전에 으스러지지만은 않는다. 어떤 꽃들은 피기도 전에 뽑히기도 하고 피고 나서 꺾여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만치서 으스러지고 있는 꽃들은 대견하면서 고맙다.

문득, 지금하고 있는 일이 저 늦가을의 꽃을 닮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내게 부여된 시간들은 지금 으스러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되돌아보면, 오랫동안 지금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한 그 무엇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큰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때에 체념을 하게 되더라고요.”

언젠가 지인이 하던 말이었다. 오래된 기억 속의 일부를 대략 정리하면 이렇다. 그는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음주운전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음주감지기 대신 종이컵으로 음주여부를 확인하곤 했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그는 경찰관의 요구에 응했는데, 음주여부 확인에 착오가 있었는지 그냥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술을 마시고는 절대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이처럼 요행스런 일을 한두 번 겪게 마련이다. 오래된 기억을 찾아보면 어느 누구든지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40대 후반이었다. 그 무렵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몸담고 있는 곳을 떠나려고 하였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을 알고 뜻을 접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또 한 번 흔들리는 때가 왔다. 김천에 근무할 무렵이었다. 예상보다 김천에 오래 있게 되면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루 2시간씩의 통근 거리와 노모의 간병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다. 더불어 건강도 안 좋아진 듯 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인고의 끝에 다다를 즈음 상주로 돌아오게 되었다.

늦가을, 마당의 꽃들이 으스러지고 있음을 보면서 이제 곧 겨울을 맞이하는 저 꽃들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들도 겨울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새봄에는 다시 싹을 틔워 꽃을 피우는 것처럼 인생의 새봄을 기대해 본다.

그랬다. 돌이켜 보면 주어진 시간까지 흔들리지 않고 아니, 흔들리면서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싹을 틔워 꽃을 피울 인생의 새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인이 노래했던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는 그 찬란의 시간 같은 때 말이다.

이제 겨울이 다가온다. 텃밭의 호박과 들깨들을 거두어야겠다. 마른 채 서리를 맞도록 그냥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 그것이 한여름의 성장을 이루어 가을의 열매를 수확하게 해 준 그들에 대한 보답이기 때문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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