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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2022년 08월 12일(금) 16:34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일요일 영화관을 찾았다. 인터넷에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예고편을 보았다. ‘한산: 용의 출현’은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다룬 영화다. 영화관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미리 예매를 하였기 때문에 예약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오랜만의 영화 관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가족들 그리고 나이든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아마도 영화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배경으로 하였기 때문인 듯 했다.

영화는 2시간의 런닝타임 동안 50분이 전쟁 장면이었다. 자세하고 설득력 있는 장면과 긴장감 있는 플롯은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하였다.

한산대첩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해인 1592년 7월 8일에 일어났다.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몽진하여 조선의 운명이 백척간두의 기로에 있었다. 한양에 이어 평양까지 진격한 왜군에게 서해를 통한 추가보급과 병력의 지원은 필수였다. 그래서 이 해전은 그들에게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쟁이었다.

왜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는 항복을 권유하는 문서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 수군 10만명이 곧 서해로 도착할 것입니다. 임금께서는 이제 어디로 가시렵니까?”

화면에는, 선조가 의주로 몽진했다는 소식을 접한 휘하 장수들의 동요(動搖)를 바라보는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외로움을 담은 말없는 표정이 가득하였다.

이순신 장군은 이미 연전연승을 이루었다. 그러나, 육지에서의 거듭되는 패전과 임금의 몽진은 전체적으로 국난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형세였다. 그래서, 그의 전쟁은 나라의 운명 자체였다. 그의 결정은 더없이 중요하고 오로지 혼자서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영화는 그의 다변(多辯)을 허용하지 않았다. 늘 말없이 바라보는 눈빛과 짧게 내뱉거나 중얼거리는 듯한 대사가 전부였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순신 장군이다. 이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것은 이순신 장군과 대적하는 적장의 무게다. 적장이 주인공에 비견되거나 그 이상의 능력이 있을 때 관객들은 더욱 긴장하고 몰입한다.

감독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적장은 ‘와키자카 야스하루’, 그는 용인 전투에서 휘하 1,500명의 왜군으로 조선군 5만명을 물리친 왜장이었다.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장 아끼는 일곱 명의 장수, 칠본창(七本槍) 중 한 명이었다.

한산대첩의 무대인 한산도 앞바다는 거제와 고성 사이에 있어 사방으로 헤엄쳐 나갈 길도 없고, 적이 궁지에 몰려 상륙한다 해도 굶어 죽기에 알맞은 곳이다.

영화는 해전 장면을 사실감 있게 묘사하였다. 특히 견내량에서 왜적을 유인하는 장면은 한산대첩의 승패를 결정짓는 일이었기에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마침내 사정거리 안으로 유인에 성공한 이순신 장군은 56척의 조선의 전함 판옥선을 일시에 선회(旋回)하도록 한다. 이때에 이순신 장군이 “수성(水城), 바다 위의 성(城)”이라고 꿈꾼 장면이 사실처럼 묘사된다.

갑작스런 배의 선회로 왜선을 에워싼 좌우면에 장착된 포가 일제히 왜적을 향해 발사되는 세계 해전 역사상 유례가 찾기 어려운 전략이 펼쳐지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이 되는 ‘용의 출현’에서 용(龍)은 거북선을 뜻한다. 거북선의 활약과 함께 이때 왜선 70여척이 격파되거나 불태워지고 수백여 명이 죽게 된다.

한산도로 도망친 400여명의 왜적은 굶어 죽거나 일부는 탈출하는데 그때, 왜장 와키사카는 10여일을 미역만으로 섬에서 연명하다가 가까스로 탈출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패전을 잊지 않기 위해 한산대첩이 일어난 날에는 미역만 먹었다고 전해진다.

한산대첩으로 임진왜란의 판세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또한 이 해전은 임진왜란 3대첩 중의 하나이면서, 이순신 장군의 3대첩 중의 하나가 된다.

그러나, 이후 명량대첩과 노량대첩으로 이어지는 전쟁의 여정을 짐작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쓸쓸한 운명의 그림자가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감상일까. 영화가 끝난 뒤 극장을 나오는 그 허전한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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