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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풍추우 호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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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14일(화) 16:48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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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봄바람 가을비’를 한자로 쓰면 춘풍추우(春風秋雨)가 되고, 이는 좋은 세월을 뜻한다. 춘풍추우는 한 해에 한 번 일어나는 것이니, 50세가 된 사람은 50회 경험하였고 100세가 된 사람은 100회를 경험한 셈이다.
춘풍, 즉 봄바람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하고 훈훈한 바람으로 새해 출발을 상징하며, 봄을 칭송하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과 함께 희망스러운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봄바람이 불어오니 만물이 때맞추어 활짝 피고[萬化方暢], 사계절이 모두 긴 봄과 같도다[四時長春]. 한 편 가을 비는 무덥고 힘든 여름을 지나고 추운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시원하게 내리는 촉촉한 이슬비이다. 이 계절은 바로 결실의 때이니만큼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는 시화연풍(時和年豊)의 계절인 것이다.
지구는 우리 태양계 안의 행성과 위성 및 유성 가운데 유일하게 생물이 살고 있는 별이다. 봄바람이 불고 가을비가 내리어 사람을 위시한 온갖 동식물이 살 수 있는 곳이 지구이다. 아직까지 이런 별은 우주 안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발견될 전망도 밝지 않다.
그리고 같은 지구 위라 하더라도 일년내내 여름이거나 겨울이지 않고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온대지역(溫帶地域)에 산다는 것은 그만큼 복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 한국과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선택된 나라요 다행스런 만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와 민족성은 밀접한 인과성과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고 하면 봄바람 가을비가 뚜렷한 사계절에 사는 민족이 가장 이상적인 체질과 성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주의 섭리나 자연의 법칙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원리가 세 가지가 있으니, 천시(天時)와 지리(地理)와 인화(人和)가 그들이다. 천시는 하늘의 시운(時運)으로서 사계절이 때맞게 진행하고 바람과 비와 눈이 필요할 때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리는 땅의 이치(理致)인바, 천시에 의해 내려진 혜택을 받아 생물의 서식에 필요한 원료를 생산하게 된다.
또한 인화는 지리에 의한 결실(結實)을 고르게 가짐으로서 균형과 화합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이 세 원리 상호간에 있어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天時不如地理]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地理不如人和]고 하여, 그 중요도에 있어 인화-지리-천시의 순위로 세워놓고 있으나, 실제에 있어 그 순위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천시가 없다면 지리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고, 지리가 없다면 인화가 이루어질 소지(素地)를 잃게 된다. 춘풍추우 호시절이 비록 바람과 비로 대표하는 천시이지만 이는 천시-지리-인화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우주만물은 하늘과 땅과 사람, 곧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가 그 중심을 이루며, 삼극(三極)․삼원(三元)․삼의(三儀)라고도 한다.
봄바람이 불면 꽃이 떨어지고 가을비가 내리면 개울을 이루며 흘러간다. 떨어지는 꽃은 낙화(落花)가 되고 흐르는 물은 유수(流水)가 되니, 낙화유수는 흘러가는 세월을 상징하기도 한다. 문인영 작사, 이봉룡 작곡, 남인수 노래의 ≪낙화유수≫를 한 번 불러보자.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위에 실은 사랑아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나는 ‘춘풍추우 호시절(好時節)’을 그렇게 즐기지 못했다. 어릴 때는 배가 고파서 잘 몰랐고 나이가 들어서는 사는 데 바빠서 잘 몰랐다. 그래서 지난 생애를 돌아보면 17세 이후의 객지생활에서는 바람이 부는지 비가 오는지 보고 느끼고 생각할 겨를이 없이 생활하기에 바빴다.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라 하듯이 세월의 변화와 자연의 정취도 생활과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느끼고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나머지 여생은 춘풍추우 호시절을 제대로 감상하며 살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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