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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이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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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03일(금) 17:17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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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유안이는 세 살이다. 이제 혼자서도 걷는다. 무슨 말을 하면 알아듣곤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행동들을 따라 하기도 한다.
휴일이었다. 집에 온 아들 가족과 마당에 나와 있었다. 그런데, 유안이가 제 엄마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자 며느리가 나에게 쌀을 달라고 했다. 우리 집 현관 밖에는 작은 쌀통을 놓아두고 있는데, 아침이면 늘 그 쌀을 마당에 뿌린다. 새들에게 주는 아침 모이로써 일종의 헌식(獻食)인 셈이다.
아이가 뭘 하려는지 궁금했다. 유안이가 제 엄마로부터 받은 쌀을 서툰 모습으로 마당에 뿌리고 있었다. 아이는 새들에게 모이 주는 내 모습을 보았던 것일까. 그걸 따라 하고 있었다. 그 후부터 유안이가 마당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으면 새 모이를 주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다.
그때 아이의 모습에서 연상되는 장면이 떠올랐다. 큰아들이 대여섯 살 무렵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 마당 한구석에 새가 떨어져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은 모습을 보니 이미 오래된 듯했다. 마당에 나와 있던 아들도 그걸 보았다. 새를 마당에 묻고 나무를 꽂은 뒤 아들에게 말했다.
“잘 묻어주었으니 좋은 곳으로 갈 거야.”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들이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아들의 까만 눈이 더 크게 보였다. 새가 좋은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때, 순수한 아들의 마음에 감사하면서 함께 기도했다.
아이를 돌보면 과장된 말투와 몸짓을 간혹 하게 된다. 유안이는 우리 방에 오면 입을 오므리고 “꽂, 꽂…” 한다. 아기였을 때 유안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벽에 걸린 꽃이 있는 그림들을 보고 “이쁜 꽃~, 빠알간 꽃~…”이라며 리듬있게 말해주었었다. 아이는 그 말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의 언어와 행동에서 반복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유안이 없다~~”
안해가 아이에게 자주하는 놀이가 있다. 아이는 이 말을 하면 바로 반응을 한다. 자기 얼굴을 가까이 있는 사람의 등 뒤로 숨거나 손으로 눈을 가린다. 그러면 아무도 자기를 볼 수 없다고 여긴다. 우리들은 “유안이 없네~”하고 아쉬움의 화답을 한다. 그때, 유안이는 얼굴과 눈을 보여준다.
이때, 중요한 게 있다. 아이의 등장에 박수를 치며 반가워 해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의 얼굴은 밝아진다. 이 또한 아기였을 때 놀이를 기억할 뿐더러 아직도 좋아하는 현재 진행형 놀이이다.
유안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수필가 금아 피천득 선생의 막내딸 “서영”이다. 선생의 딸에 대한 사랑은 너무나 유명하다. “서영이”이라는 수필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일생에는 두 여성이 있다. 하나는 나의 엄마고 하나는 서영이다. 서영이는 나의 엄마가 하느님께 부탁하여 내게 보내 주신 귀한 선물이다…”
언젠가부터 유안이가 내 가슴으로 들어오고 있다. 유안이는 제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매일을 기도와 함께했다. 그래서 유안이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귀한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천득 선생은 서영이를 딸이요, 뜻이 맞는 친구라고 했다. 선생은 딸 서영이와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하교를 내내 같이하며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나 또한 그들 부녀와 같이 유안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뜻이 맞는 친구처럼 지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휴일이었다. 집에 온 유안이네와 함께 외출하려고 대문을 나섰다. 그때 유모차에 탄 유안이가 늘 그렇듯이 작별하는 줄 알고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 아이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구나. 그때 알았다. 나와 유안이는 할아버지와 손녀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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