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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같은 사람

2022년 05월 20일(금) 16:50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할머니가 나보고/ 바다 같은 사람이 되래요.”

어느 날 누군가 시(詩) 하나를 보내주었다. 시는 이렇게 이어진다.

“명주실 한 타래 다 풀어도 못 미칠 아득한 수평선/ 끝인가 하여 다가가 보면 또 그만큼 멀어지듯이…

눈이 그 시어(詩語)들을 따라 갔다. 선뜻 뜻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글에서 리듬감이 느껴졌다. 오랜 경험에서일까. 공감하는 시에는 리듬이 있음을 알게 된다. 끝없는 수평선과 깊은 수심 그리고 넘쳐나는 파도, 더없이 맑고 고요한 하늘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한 점의 푸른 수채화도 같은 시였다.

그런데, 작가는 바다라는 푸른 수채화에 인문적이고 철학적인 화두를 던져 놓았다. “용서”였다.

“퍼내어도 퍼내어도 샘솟는 사랑으로/ 다른 사람의 잘못을/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해주래요…”

바다가 지닌 이미지는 깊고 깊은 포용이다. 저 멀고 높은 곳 분수령(分水嶺)에서 떨어진 물 한방울이 계곡을 따라 옹달샘에 이르러 사슴의 목을 적셔주고 실개천과 하천 그리고 강에 이르기까지 물은 기쁨이고 간절함이면서 오욕과 좌절이기도 했다.

그러나 비로소 바다에 이르러 모든 물은 하나임을 깨닫고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용서를 알게 된다. 작가는 용서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바다가 마주하는 것은 하늘이다. 그 하늘은 이렇다.

“때로는 폭풍도 만나지만 다독여 가라앉히고/ 온갖 것 다 품어도 모자람이 없으며/ 파란 하늘이 고여 하늘마음을 가진…”

그랬다. 욕심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이 사라질 때 하늘마음 같은 진정한 ‘용서’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마지막 연을 이렇게 맺었다. 수미상관(首尾相關)이다.

“할머니가 나보고/ 바다 같은 사람이 되래요.”

그래서 시의 제목은 “바다 같은 사람”이다. 시는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에 실렸다고 했다. 작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시를 보내준 이에게 물었다.

우리 문경시 영순면 말응 마을이 고향인 “홍기” 시인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고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와 동화로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했다. 좀 더 시인을 알고 싶었다.

그의 작품 중에 “아침 햇살 오르거든”이라는 동화를 읽었다. 스님이 어느 날 탁발을 나가면서, 아이에게 씻어 둔 옹기그릇을 바로 놓으라는 뜻에서 “아침햇살 오르거든 뒤집어 놓아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그릇의 안과 밖이 뒤바뀌어 뒤집혀 있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본 스님은 마음에 털끝만한 의심도 없다면 무엇이든 다 이루어질 것이라는 노스님의 가르침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아이가 ‘뒤집다’는 말을 아래 위의 위치를 바꾸어 놓는 게 아니라 안과 밖을 바꾸어 놓는 것으로 알아들었음을 알고 의심을 버리고자 한다. 그리고 다시 탁발을 나가면서 아이에게 이른다.

“아침 햇살 오르거든… 저 옹기그릇들을 처음대로 뒤집어 놓아라.”

작가는 의심하고 분별하는 마음을 경계하면서 독자들이 아이의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그래서 이 동화는 읽은 뒤 여운이 의심없이 깔끔하다. 아침 햇살처럼 말이다. 이 동화도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책에 실렸다.

작가는 퇴직하면서 어느 섬에서 2년 동안 혼자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소박하고 간결한 삶을 보낸다.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산책으로 하루를 지낸다. 섬에서 푸른 하늘을 마주하는 바다를 보며 용서를 되새기고 동창(東窓)으로 떠오르는 아침햇살을 보며 의심을 지운다. 그리고 ‘섬에서 단순하게 살아보기’라는 책을 짓는다.

사실, 그와는 전혀 일면식이 없다. 그러나 그의 작품과 프로필에 있는 사진으로 그가 바다와 아침햇살을 닮았을 것이라는 안도와 기대가 적지 않다. 그리고 나 역시 아침 햇살 떠오르는 바다 같은 사람이 되어 지기를 소망하고 있음이다. 오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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